[데스크칼럼] 위기의 韓 효자산업…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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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기의 韓 효자산업… “사람이 없다”
  • 안광석 기자
  • 승인 2023.12.17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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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석 건설사회부장.
안광석 건설사회부장.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본인이 직접 언론사를 인수하거나, 아예 이 직종을 떠나 사업체를 일군 선·후배들이 좀 있다.

이들과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상황이 오면 항상 대화의 몸통은 사람문제다. 의도치 않아도 항상 그렇게 된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은 자본과 기술력, 빅데이터 등이다. 없으면 없을수록 곤란하다.

사람도 비슷하지만 좀 특이하다. 많으면 자본·기술력·정보를 가진 것보다 좋고, 없으면 자본·기술력·정보가 없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 물론 너무 많아도 문제라는 지인들도 있지만.

조선업을 예로 들어보자.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조선업은 호황기였다. 지금은 무서운 후발주자인 중국이 당시에는 기술력 부재로 해당 산업에 관심이 없었다. 유가는 고공행진을 하니 기당 5억 달러를 훌쩍 넘어가는 해양설비 발주가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에 집중됐다.

고부가 선박과 설비를 거의 독점수주하니 바야흐로 조선업은 전자와 더불어 한국을 먹여살리는 쌍두마차였다. 오죽했으면 조선업의 메카인 거제도에서는 길 가는 개도 뼈다귀가 아닌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였다.

당연히 수억원대 연봉을 자랑하는 기능공들이 늘었다. 조선업이 ‘꿈의 직업’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고등학교와 대학들도 우후죽순 생겼다. 이들은 자연 한국의 미래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한국 조선사들은 시황이 살아났어도 해양설비 수주를 안 한다. 아니, 못한다. 2010년대 중반 해양설비 부실사태를 계기로 전문인력들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다. 상선 부문에도 LNG선 등 고부가가치 일거리가 있다고는 하지만, 해양설비만큼은 아니다. 그나마 이 부문 전문인력들도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많이 빠졌다.

다시 이들을 부르려 해도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조선업인데 급여를 호황기 때처럼 쳐줄 수도 없으니 언감생심이다. 당연히 조선해양 관련 학교들도 폐교되거나 관련학과들은 통폐합됐다.

이같은 사정은 건설업종도 비슷하다. 시황이 좋지 않아 높은 연봉을 보장해 줄 수 없으니 젊은 기능공들은 힘들여 현장에 가려 하지 않는다. 막상 현장에 가면 은퇴를 앞두거나 아쉬울 것 없는 베테랑 근로자들, 외국인들 뿐이다. 워낙 인력이 부족하니 억지로 공기를 맞추려다가 부실시공 문제가 매일 불거진다.

지금에서야 정부는 후다닥 조선업이나 건설업종 모두 전문인력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외국인으로 대체하려 한다. 워낙 인력이 없으니 해당업종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그러면 뭐하나? 과거처럼 세계 1위 기술력을 자랑했던 드릴십이나 반잠수식 시추선 제작이 다시 가능할까? 철근 엮기나 나라시(평탄화)를 능숙하게 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품질의 아파트를 올릴 수 있을까? 외국인 인력은 기술은 둘째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부 일각에서는 교육을 시키면 된다고 하지만 적당히 돈 벌어서 본국으로 가면 그만인 이들에게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나라에 대한 충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래서야 가장 기본인 공기나 맞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황이 어려우면 민간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인력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인건비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이럴 때 정부 지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분명한 것은 앞에 열거한 무수한 시행착오에도 외국인으로 부족한 머릿수 채우고 할 것 다했다는 식의 현 정부의 스탠스는 잘못됐다는 점이다. 말 안 통하는 근로자들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었으면, 고용창출로 머리 싸맬 것 없이 진작 인공지능(AI)을 투입시키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조선업이나 건설업은 아직까지는 사람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분야다.

산업인력 부족은 ‘한강의 기적’을 낳은 한국산업의 장기적 위상과 신뢰도가 걸린 문제다. 인구는 감소하고 국내 젊은 기능공들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해 대응한다는 중장기적 플랜 부재가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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