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직구 열풍이 朴정부에 주는 시사점
상태바
[기자수첩] 해외직구 열풍이 朴정부에 주는 시사점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4.01.23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자본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매 기법 중 하나로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가 있다.

무위험 차익거래는 동일한 상품이 정보의 불균형 등으로 시장 간 가격 차이가 생기면 그 차이를 노리고 매매를 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가격 차이가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알고리즘을 짜놓은 슈퍼 컴퓨터를 활용, 가격 차이 발생 즉시 거래가 이뤄져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실생활에서 이런 차익거래를 실행하고 있는 슈퍼 개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해외 직구)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해외 직구를 하는데 있어 필요한 것은 슈퍼 컴퓨터가 아닌 개인 PC 또는 스마트폰, 그리고 해외 결제가 되는 카드 한 장이면 끝이다.

해외 직구 시 긴 배송기간, 관세 납부 등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동일 제품 가격 차이가 크게는 국내에서 살 때 보다 반 값 이하로 구할 수 있어 해외 직구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로 해외 직구 하는 것은 가전제품, 잡화, 의류, 화장품 등이다. 이 중 가전제품은 주로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이다. 국내 기업이 자국에서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사면 내지 않아도 될 관세를 물어가면서까지 구입하고 있다.

문제는 자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국내에서 소비되지만 돈은 해외로 빠져나가 내수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국내 유통 업체들이 장차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품목을 대부분 취급하는 가전전문점과 백화점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국내와 해외 간의 상품가격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가격 차이를 지적하는 의견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내수 제품의 가격 하락 노력은 하지 않고 고객들의 눈만 가리는데 주력해 왔다. 일부 업체들은 자사의 해외 인터넷 웹페이지를 차단해 이중 가격 책정을 숨기는데 급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로만 생각하는 작금의 현실을 잘 반영해 주는 사례다. 단순 테스트 베드 역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를 호구로 취급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실제로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국정 운영의 목표를 ‘내수 진작’으로 삼고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국내와 해외 가격 이중 잣대 관행부터 바로 잡지 않는다면 정부의 '내수 진작' 외침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