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정책전환 신호탄...내년 3차례 금리인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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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정책전환 신호탄...내년 3차례 금리인하 시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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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대 부응 확인"...금리 인상 사실상 종료
비둘기파로 돌아선 연준...내년 3월 인하 급부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향한 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시장이 고대하던 장면이었다. 연준은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3회 연속 동결을 선택했고, 내년에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앞서 연준은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11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13일(현지시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5.25~5.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 금리 수준은 2001년 이후 아직 최고치다.

올해 마지막으로 소집된 FOMC 정례회의 결과에 미국 금융시장은 "연준이 비둘기파로 변신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껏 연준은 물가 상승 폭 둔화 등 긍정적인 경제 수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우려해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을 보였지만, 13일(현지시간) FOMC 결과는 통화정책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또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중간값 추정치(median estimate)를 기준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주목해 보는 인플레이션과 고용과 관련해 이들 리스크가 이제는 좀 더 나은 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압력 재발 시 다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는 했지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향해 계속 하락하는 만큼 이제 금리 인하 시점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가까운 미래의 금리 인하와 관련해 파월 의장이 특별한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덩달아 연준이 인하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급락하고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하다는 쪽에 더 무게를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뉴욕 증시 마감 무렵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내년 3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확률을 78.3%로 반영했다. FOMC 결과 발표 직전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46.7%였다. 또 내년 5월 회의에서 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게 가져갈 확률이 97.5%로 반영되면서, 내년 5월 이전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파월 의장과 FOMC 위원들이 더 신속하고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굳이 등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연준의 분기별 전망에 따르면 내년에 0.75%포인트 인하를 예상해 0.25%포인트씩 3회 인하를 시사했는데, 이는 지난 9월 전망 때보다 더 빠른 인하 속도다.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연준의 매파적 성향을 감안해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도 내년 하반기이고, 회수도 2차례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3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금리 인상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연준은 오는 2026년에는 2%대 물가상승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준은 40여년만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FOMC 위원 19명 중 3회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6명이다. 이보다 적은 인하를 내다본 위원은 8명, 3회보다 많은 인하를 예상한 이는 5명이었다. 폭이 어떻든 모두 인하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월 의장은 위원들의 전망이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적절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연준은 또 회의 후 성명에서 지난 11월 회의 때와는 다른 일부 내용을 수정해 기조의 변화를 부각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예컨대 연준은 "어떤 추가적인 정책 강화(any additional policy firming)"가 적절한지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와 전개 상황을 모니터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any)"이란 단어는 이전 성명 때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FOMC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평가(market pricing)를 지지한다는 놀라운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연준의 이번 경제전망요약(SEP)은 연착륙 시나리오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로이터통신도 연준이 지난해 40년 사이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왔고 승리 선언을 꺼려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업데이트된 추정과 파월 의장의 어조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나타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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