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가계대출에 은행 대출문 잠긴다...금융당국도 대책 부심
상태바
통제 불능 가계대출에 은행 대출문 잠긴다...금융당국도 대책 부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13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 한도 줄이거나 잠정 중단
당국, 가계부채 점검회의 소집...DSR 손질 나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비상에 걸렸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앞을 지나는 이용객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비상에 걸렸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 대출 창구 앞을 지나는 이용객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가계대출 잔액이 매월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증가액의 상당부분이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권에 집중되면서 건전성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둔화세에 접어들었다'며 안심시키기 바쁘다. 당국의 안이한 판단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불안만 커져만 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091조9383억원으로 전달대비 5조4288억원 늘어났다. 지난 4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가 접어들었다고 보는 통계 근거는 은행 가계대출이 아닌 상호금융·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전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다. 은행 가계대출은 늘었는데 제2금융권 대출잔액 2조8000억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비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3조원 줄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대출문을 닫은 2금융권의 기조와 높은 대출이자를 피해 상환 및 갈아타기한 수요가 반영된 영향이다. 다시말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전혀 둔화되지 않고 있다는 게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금융당국도 내부적으로는 위기의식을 감지하는 듯 하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내년도 주택시장 및 시중금리 추이 등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시 조정될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등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를 지속 발굴·추진하자는 공감대를 나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관련 금융권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한 후 12월 중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현장점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발견된 은행권의 잘못된 가계대출 취급관행을 시정하고 필요한 제도개선 과제를 조속히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증가속도의 안정된 흐름이 지속되려면 긴 호흡을 가지고 체계적인 관리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출현장의 세세한 부분에서 관리상 미흡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히 챙겨보고, 업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추가적인 제도개선 과제도 꾸준히 발굴·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융당국의 통제에도 8개월째 이어지면서 은행권들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이달부터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출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7일부터 우리WON주택대출 신청(접수)을 잠정 중단했다. 통상 주담대를 신청하고 실제 대출이 실행되는 시간이 2~3주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비대면을 통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는 셈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 제한(최대 2억원)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제한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선제 조치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목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자체 가계부채 관리 조치는 다른 은행들도 실행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은행도 이달부터 다주택자가 생활안정자금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최대 2억원까지만 실행하고 있다.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상한만 넘지 않으면 별도의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한은행은 연립·빌라·다세대 대상 MCI 대출(플러스모기지론)과 주거용 오피스텔 대상 MCG 대출(TOPS부동산대출)도 중단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집단대출 실행이 예정된 은행을 중심으로 관리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은행권 전반에서 자체 판매 물량에 대해선 취급 기준을 높였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자체 주담대 취급량 조절에 나선 것은 당국의 가계부채 조정 주문에도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7일 은행장들과 만나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노력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도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차주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을 강조해 왔는데, 이제는 취급의 적정규모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한편 현행 DSR 규제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1억원 이상 대출에 대해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비율이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당국은 DSR 산정 시 변동금리뿐만 아니라 혼합형에도 적용하도록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