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측불허’ 美보조금, 中수출통제…K-기업, 지정학 리스크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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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측불허’ 美보조금, 中수출통제…K-기업, 지정학 리스크에 ‘흔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12.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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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FEOC 세부지침 불확실성 여전…AMPC 분배 문제는 ‘시한폭탄’
삼성·SK, 美 눈치에 中현지공장 부담…반도체법 최대 수혜자 美인텔 거론
中, 흑연·요소·인산암모늄 수출통제…노골적 자원무기화에 공급망 리스크 확대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산업 보조금, 중국 수출통제 등 예측불허의 산업 정책이 국내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법, 중국의 흑연·요소 수출통제 등이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의 주된 원인에 대해 응답자의 50.5%가 ‘이-팔, 러-우 전쟁, 미-중 패권 다툼, 고물가 등 글로벌 경제·정치 리스크’라고 답했다.

국내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 IRA, 반도체법의 정책 보조금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규정은 해외우려집단에 대한 우려국 정부의 지분율 기준이 25% 이상이라는 수치만 제시했을 뿐, 실제 어떻게 계산되고 적용될지 명확한 설명이 없는 상태다.

실제 해외우려집단 여부를 판단하는 ‘우려국 정부’에 대한 해석은 명확하지 않다. IRA FEOC 세부지침에 따르면 ‘우려국 정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중앙·지방정부의 기관 및 기구, 우려국의 집권·지배 정당과 전·현직 고위 정치인(직계가족 포함)으로 정의된다. 표면적인 문구로는 중국 민간기업과의 설립한 합작사(JV)는 FEOC에서 제외된다.

그렇다고 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민간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마냥 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레드라인인 ‘지분 25%’을 따질 때 공산당 고위 공직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현직위원, 정치국 상무위원에 더해 이들의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자녀, 배우자의 부모 및 형제자매 지분까지 알아봐야 할 만큼 복잡하다. 자칫 민간기업이라고 안심하고 지분 조정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우려국 정부의 소유 기업으로 판명돼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IRA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의 불투명하다. 미국 현지 공장을 합작한 완성차 기업들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AMPC의 배분을 요구하면서다. 합작사 운영으로 생긴 IRA AMPC 보조금을 배터리 기업이 독점하는 것을 두고 완성차 기업들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 AMPC 배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합작 계약 조항에 AMPC 배분 비율이 명시되지 않고, 심지어 관련 선례도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들은 현재 배터리 기업들에 합작 지분율보다 더 높은 비율의 AMPC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산출에 기여한 부분을 따져보자는 것이 완성차 기업의 요구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미국의 반도체법 보조금을 두고 고심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미국의 눈치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의 증설을 주저하고, 운영마저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미국의 반도체법 최대 수혜자는 미국 인텔로 거론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미 애리조나 공장에 보안 구역을 지정하고 미 군사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도체법에 따라 최종 지원 규모는 30억~40억달러(3조9200억~5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텔은 군사용 반도체 제조 보조금뿐 아니라 다른 미국 내 공장 건설로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 수혜를 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공장을 두고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대조적이다.

국내 산업계는 미국 정책 불확실성에 중국의 수출통제 리스크까지 직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이달부터 흑연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데 이어 산업용 요소의 통관도 보류했다. 화학비료의 원료인 인산암모늄도 수출 통제에 나선 양상이다.

중국의 수출통제 우려에 직면한 원료는 모두 우리나라가 중국산에 크게 의존하는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으로 인조 흑연의 87%, 천연 흑연의 7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차량용 요소 수입의존도는 올해 1~10월 기준 중국(91.8%), 카타르(4.2%), 베트남(1.4%) 등이다. 인산암모늄도 대한 중국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비(非)중국 수입 다변화에 더해 국내 생산시설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요소·인산이암모늄·흑연 등 우리 경제의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품목들의 공급망 리스크가 중국의 수출통제로 인해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 종료 예정인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요소의 국내 생산시설 구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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