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건전성 ‘악화일로’…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못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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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건전성 ‘악화일로’…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 못 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12.1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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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치솟으며 차입금 의존도 7년만에 최고
산업대출 1875.7조 '역대최대'...3분기 32조 급증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 번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만성 좀비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 번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만성 좀비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도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2일 한국은행의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91만206개)의 부채비율은 122.3%에 달했다. 지난 120.3%였던 2021년 대비 2%포인트(P)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 2015년(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31.3%에 달했다. 이는 2021년(30.2%) 대비 1.1%p 높아진 수치이자 지난 2015년(31.4%) 이후 최고치다.

비제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전기가스 공공기업들의 부채비율이 크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두 기업을 제외한 전체산업 부채비율은 2021년 119.1%에서 2022년 118.5%로 되레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두 곳을 제외하면 2021년 29.9%에서 2022년 30.4%로 0.5%p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15.5%)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중소기업(19.2%→14.4%)은 매출액 증가율이 하락했다. 연간 총자산증가율은 2021년 12.7%에서 지난해 9.7%로 낮아졌다. 그러나 통계 편제 이후로 비교하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총자산증가율의 하락은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제조업·대기업은 매출채권, 비제조업·중소기업은 현금성 자산 증가율이 낮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세전 순이익률 등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는 악화됐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4.5%)과 세전 순이익률(4.6%) 모두 지난 2021년(5.6%와 6.5%)보다 각각 1.1%p, 1.9%p 낮아졌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자·영상·통신장비업, 화학물질·제품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21년 6.8%에서 지난해 5.7%로 낮아졌다.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은  2021년 12.9%에서 9.6%로, 화학물질·제품은 9.1%에서 5.4%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 비제조업(4.6%→3.6%)은 전기가스업(-1.6%→-11.1%) 등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졌다.

수익성 악화와 동시에 이자율까지 큰 폭 오르면서 이자보상비율은 2021년 487.9%에서 지난해 348.6%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은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수 비중은 2021년 40.5%에서 지난해 42.3%로 높아진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500% 이상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4.2%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칠쳤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들의 대출규모도 나날이 상승중이다. 올해 3분기 산업대출 증가 폭은 2분기 연속 확대됐다. 회사채 금리 상승에 기업들의 은행 대출 선호가 높아진 데 다 가계대출 둔화세에 은행들의 기업 대출 확대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한국은행의 '2023년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산업대출금 잔액은 올해 3분기 기준 1875조7000억원으로 전분기(1843조4000억원)대비 32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 24조8000억원 증가에 이어 2분기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대출은 10조3000억원 늘며 전분기 증가 폭(5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시설투자와 운전자금 수요가 모두 확대되면서다. 운전자금과 시설자금은 각각 5조2000억원, 5조1000억원 늘었다.

서비스업 대출 증가 폭은 전분기(14조원)보다 2조9000억원 늘며 2분기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금융·보험업은 카드사와 증권사의 예금은행 차입 확대 등으로 8000억원 감소에서 7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부동산업 대출은 8조원 늘며 전분기(6조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부동산 개발사업 진척, 상업용 부동산 거래 등에 따른 대출 실행에 기인한다.

서정석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기업들이 화사채 금리 오름세에 따라 대출을 선호하고, 가계대출 둔화에 은행들의 기업 대출 확대 노력이 기업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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