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선거제 개편, 냉혹한 정치 현실이 기준이다
상태바
[데스크칼럼] 선거제 개편, 냉혹한 정치 현실이 기준이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12.11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정치는 냉정한 것이고 엄연한 현실이다. 이상을 좇아 정치판에 들어오지만 현실은 타협의 연속,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큰 포부를 갖고 여의도에 왔다가 막연한 이상과 냉정한 현실의 괴리에 당황한다. 정치에 입문해 의원 배지를 달았고 4년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난 사람들도 여럿 목격했다. 그들 모두 한국 정치,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으며 희망을 잃었다고 했다.

정치의 속성 자체가 타협의 산물이고 현실과 이상의 끊임 없는 충돌이다. 정치는 이상적으로만 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이상을 포기해야 이상을 현실로 바꿔낼 수 있다. 이처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이상을 현실로 바꾸어 내려고 모순 속으로 스스로 밀어 넣고 괴리감에서 오는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좋든 싫든 정치는 그런 것이다.

정치가 현실의 타협 없이 이상에만 매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7세기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주전파와 주화파의 논쟁에서 결과로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병자호란은 이미 동아시아 외교의 주도권이 후금으로 넘어 간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명을 향한 사대의 신념을 고수했던 정치인들이 불러온 비극이었다. 주전파는 친명사대의 이상을 붙들고 후금에 맞서 싸우기를 물리지 않았다.

삼전도의 굴욕으로 귀결되는 역사적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상만으로 고집하는 주전파들의 편협함이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비해 최명길로 위시되는 주화파는 굴욕과 치욕을 견뎌야만 나라를 보전하고 백성을 살릴 수 있다고 타협을 촉구했다. 냉정한 현실론자다. 그들 역시 성리학에 뿌리를 박은 유학자이자 정치인인 까닭에 이러한 현실 인식은 자신들의 사고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고통이 필요하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에 여야가 주고 받는 언설들이 날카롭다. 정치의 냉혹함과 현실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애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일찍부터 주장하고 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나"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명분과 실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는 후자를 포기했을 때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비판 받는 부분은 지난 대선 공약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거대 양당 정치 구도를 깰 정치 개혁을 약속한 부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회귀하는 것은 스스로 약속을 뒤집는 셈이 된다. 편을 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지 않았던가. 정치는 이 것이 현실이고 모순이라고.

이 대표에 대한 비판도 정당하고 약속 파기에도 당위가 있다. 당연히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입장에도 당위성이 충분하다. 승자독식형 선거제 하에서 이기는 사람이 전부 차지하는 현실에 모두가 굴복하는 모양새다. 원인도 결과도 여야의 책임이다. 현실을 인식하는 차가운 머리와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따뜻한 가슴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희망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