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음카카오의 뉴스검색 변경 조치가 '변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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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음카카오의 뉴스검색 변경 조치가 '변명'인 이유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12.1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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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태민 기자
산업부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포털 사이트인 다음카카오가 최근 뉴스검색 서비스 기본값을 콘텐츠 제휴(CP) 언론사로 변경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일반 뉴스검색 제휴사의 기사는 검색해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인데, 이에 대한 언론계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에 따르면 다음카카오와 검색제휴를 맺은 언론사는 모두 1300여개사며, 이 중 150개사가 CP사다. 이번 조치로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구독할 수 있는 뉴스량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셈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지난달 22일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한다"며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전체 언론사와 CP사를 구분해 검색결과를 제공한 결과, CP사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더 많았고 이전보다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밝혔다.

물론 언론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면서 기사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문제는 CP사의 콘텐츠가 '반드시' 우수하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그 기준이 조회수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CP사의 기사는 우수하지 않고, CP사의 기사만 우수하다는 전제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CP사의 기사 조회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지, CP사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우수해서가 아니다. 네이버·카카오는 포털의 지위를 이용해 CP사의 기사를 상단에 배치하는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제공함에도 포털 뉴스 정책에 막혀 검색제휴사에 입점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는 CP사들의 기사만 열람할 수 있는 네이버의 뉴스제휴 검색 사이트를 들어갔을 때, 문장만 살짝 바꿔치기한 천편일률적인 기사들과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발 루머성 기사가 난무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비CP사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기회를 애초에 박탈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우수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는 변명은 궁색하다.

언론단체들과 정치권에서는 다음카카오의 이번 조치가 언론의 사회적 기능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CP사의 콘텐츠가 더 우수하다는 객관적인 지표도 없을뿐더러, 전반적인 콘텐츠 질적 저하 요인이 조회수 경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카카오의 조치는 '갑질'에 불과하다. 진실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면 CP사 중심의 뉴스 노출 정책 개편이 먼저다. 단순히 CP사라서 상단에 노출되는 게 아닌 심층취재와 팩트체크에 입각해 차별화된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끼리 자율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정보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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