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 정부의 인사와 '정명(正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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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정부의 인사와 '정명(正名)'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12.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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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홍일 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이번 인사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알려졌다. 보도는 김 후보자가 대검 중수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윤 대통령이 상관을 모셨고,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로 알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믿고 존경하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 쓰임이 적절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검사, 게다가 특수통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방송과 통신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 자리에 어울리는지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도 변호사였던 점에서 검사 출신이라고 방통위원장을 못 맡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MBC의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에서 MBC 측 변호를 맡았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로도 활동하는 등 방송 쪽으로 오래 활동해 온 이력이 있다. 또 방송·영상 전공으로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나름의 전문성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의문이 드는 인사를 하는 경우는 보통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야권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도 소위 '방송 장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 배경을 설명하며 방통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충돌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오히려 이러한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하는 부분이다.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正名)"고 했다. 이름(名)에 부합한 실제가 있어야 비로소 올바르게(正) 성립한다는 의미다. 신하는 충(忠)이 있어야 신하고, 자식은 효(孝)가 있어야 자식답다. 검사의 방통위원장 지명은 이런 정명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나.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능력만 있다면 그에 맞는 공직을 맡을 수 있다. 다만 이 정부 들어 능력과 경력과는 거리가 먼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능력만 있다면 신분이나 출신에 상관 없이 거기에 맞는 공직을 맡을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들의 전면 배치, 경력과 능력의 거리가 먼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검사와 방송이 만나는 때는 항상 우리 사회는 큰 편지풍파를 겪어왔다. 김 후보자의 지명이 '방송 장악' 의지가 반영됐다고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큰 폭풍이 다가올 것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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