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텃밭’ 광주 사수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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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텃밭’ 광주 사수 힘겹다
  • 한아람 기자
  • 승인 2014.01.20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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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이자 맏이”…감정적 호소뿐 '소통' 없어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아람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20일 광주와 전주 등을 연이어 방문, ‘텃밭’인 호남 민심잡기에 애썼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 양동시장을 찾아 상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매 선거 때마다 그랬듯이, 호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것은 야권의 지지기반인 광주에서 ‘안풍’을 차단하고 전통적인 지지층을 불러 모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날 최고위원회의는 호남의 민심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은 이날 방문에서 지난 60년간 민주당이 야당의 정통성을 이어온 ‘적자’이며, ‘호남의 맏이’임을 부각시키는 등 감정적 호소에만 매달리며 ‘안철수 바람’ 차단하기에만 급급했다.

호남 주민들은 등 돌린 호남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자성의 목소리와 구체적인 정치적 비전을 기대했으나 이날 최고위원 회의는 ‘미워도 다시한번’ 식의 감성적 호소만이 있었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이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우나 고우나 지난 60년간 민주당은 여러분이 키워준 정당, 이 땅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전통의 정당이다”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의 뜻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대표는 서정주 시인의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라는 시를 낭독하며 “우리 민주당에게 있어 호남은 어머니에게 꾸지람 듣고 갈 곳 없는 아이가 찾아가는 외할머니네 툇마루와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며 친근감을 강조했다.

또 양승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지난 60년간 호남의 명령에 충실했다. 호남의 적자이자 맏이인 민주당에 기회를 달라”고 지지를 구했다.

감정적 호소와 더불어 민주당의 이번 호남방문을 채운 것은 ‘안풍’을 의식한 말 일색이었다.

김 대표는 “패배하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민주당을 품어주기에는 호남의 아픔이 너무나 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잇단 선거 패배에 실망해 민주당에 등 돌리고 ‘안풍’에 관심을 보이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듯 지지를 호소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야권의 개혁은 광주에서 시작되야 한다. 무엇보다 야권의 분열을 막는 것이 큰 숙제”라며 ‘안풍’을 견제했다.

이어 조경태 최고위원은 호남에서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에 고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기 반성을 철저히 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연대나 연합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다분히 호남의 정서에 접근하는 것일 뿐, 당초 기대했던 자성의 목소리나 지역민과의 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민들은 이번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 지도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최소한 중앙당과 지역민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날 최고위원회의는 공허했다. 심지어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기자회견이나 시민과의 대화시간조차 없었다.

오히려 김한길 대표는 “광주 예산 3조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으며 광주시민이 요구했던 예산 대부분을 확보했다”며 “전남도 역시 전년보다 15% 많은 4조8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민주당이 아니었으면 누구도 못 해낼 일”이라며 광주시민의 도움을 호소하기 바빴다.

대선 이후 호남의 민심은 크게 요동쳐 왔다. 정권교체에 실패한 민주당에 대해 반감이 컸고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는 민주당의 습관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민심은 이미 등 돌렸다.

그러는 사이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이 압도적인 지지율을 이어가는 등 민주당에게 더 척박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민주당의 현실인식은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 지역민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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