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서 사랑받는 ‘명왕성’, 한국서 외면받는 ‘국산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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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서 사랑받는 ‘명왕성’, 한국서 외면받는 ‘국산 백신’
  • 이용 기자
  • 승인 2023.11.30 14: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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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된 사건은 우주 과학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알고있을 정도로 유명한 천문학 사건이다. 2006년 행성의 기준이 새롭게 정의되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명왕성이 왜행성으로 분류됐고 결국 발견된지 76년만에 태양계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미국 전역서 명왕성 퇴출을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축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마이클 브라운 칼텍 교수는 미국의 천문학자들과 수많은 아이들, 학생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

미국인들이 이렇게까지 야단법석인 배경에는, 명왕성이 ‘미국에서 발견한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라는 자부심과 각별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심지어 지금도 미국 일부 주에서는 명왕성을 행성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천문학계는 여전히 ‘명왕성 지위 복권 운동’에 힘쓰는 중이다.

정작 브라운 교수는 미국인이었는데, 결과적으론 미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태양계 행성을 미국인의 손으로 지운 셈이다. 미국인들은 브라운 교수에게 ‘명왕성을 죽인 자’라는 의미로 ‘플루토 킬러’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한국에서는 국산 기술로 만들어낸 백신의 상용화를 가로막은 ‘한국 법’을 ‘백신 킬러’라고 부를만하다. 최근 해외산 의약품을 대체할 국산 제품들이 특허 싸움에 발목을 잡히면서 국내 방역 주권이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국산 최초 폐렴구균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의 경우, 제품 개발 후 허가를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종 백신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 소송으로 2027년 4월까지 제품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됐다.

해당 백신 특허는 국제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유독 국내 법원이 글로벌 제약사의 이권을 더 지켜주는 형편이다. 실제로 해외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의 특허는 이미 유럽특허청(EPO)은 물론 중국 국가지식산권국(SIPO)에서도 취소된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특허가 충분히 그 독창성을 인정받을 만큼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해외산 백신에 대한 특허를 과도하게 보장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가진 해외 백신 가격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이를 제지할 명분도, 대체품도 없는 실정이다. 국내 의학 전문 언론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프리베나13주 일반 접종용 공급가격이 17% 인상됐다.

일단 기업들이 법원의 결정에 수긍하기엔 국내 법조계의 전문성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제약바이오와 백신 분야는 원액부터 완제까지 수많은 기술을 포함하는데, 기술 해석에 있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빅파마는 자사 제품의 특허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허법이 발전하지 않으면 국산 백신, 의약품 등이 특허에 가로막혀 장기간 계류하거나 아예 출시를 못 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독일과 캐나다는 코로나19 초기에 보건부 장관이 공공복리를 위해 특허권자의 허가없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실시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시절 외국산 제품에 방역을 의존했던 한국이 벌써 그 고통을 잊었다는 것이다. 팬데믹 당시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일부 국내사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대중의 관심이 급속도로 하락하며 기업들은 하나 둘 관련 사업을 접었고, 정부도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

현재 에스티팜,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소수 기업들만이 백신 개발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국내 법이 자국산 의약품을 보호하지 못하고, 일부 언론과 주주들은 해당 기업의 일시적인 적자 소식에 일희일비하며 사업 가치를 폄하하는 형국이다.

미국의 명왕성과 한국의 백신 산업은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수많은 왜행성 중 하나일 뿐이며, 국산 백신도 포화 상태인 시장의 후발주자라 상업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명왕성이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천문학적 가치를 빛낸 것처럼. 한국산 백신 또한 우리 기술이 제약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가 된다. 이제 우리 법과 국민들도 국내 제약바이오 주권 강화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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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탕조아 2023-12-01 00:03:33
올ㅋㅋ 글도 잘쓰고 얼굴도 자알 생깃네ㅋ 방송국 출연 안 하시려나

liked 2023-11-30 17:49:40
얼핏 영웅재중 느낌ㅋㅋ 잘생기셨네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