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격의 쿠팡, 유통 시장 제패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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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진격의 쿠팡, 유통 시장 제패 가능할까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11.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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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쿠팡이 한국 유통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물가, 출혈 경쟁, 온라인 성장 둔화세 등 위기 속에서도 쿠팡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분기환율 1310.39)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고를 세웠다. 동기간 영업이익은 13% 신장한 1146억원(8748만달러)이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흑자 규모만 4448억원으로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전통 유통 강호들까지 앞지를 만큼 기세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에서 쿠팡(7조6749억원)이 이마트(7조2711억)와 롯데쇼핑(3조6222억원)을 제친 데 이어 3분기에서도 이마트(7조7096억원), 롯데쇼핑(3조7391억원)보다 높은 실적을 도출해냈다. 업계 판도가 더이상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가 아닌 ‘쿠이마롯’으로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쿠팡이 만년 적자기업 꼬리표를 떼어낸지 얼마 안되 국내 유통시장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던 것은 긴 호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12년간 국내 물류망 구축에만 약 6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결과, 비로소 8년만에 첫 분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다양한 사업과의 시너지를 지속 발휘해 연속 흑자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계획된 적자’라는 우려 섞인 소리를 듣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창업자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뚝심 경영’ 리더십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턴 성공 DNA인 로켓배송·직구 모델을 대만 시장에 이식하고 또다른 혁신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역직구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지만, 이처럼 글로벌을 겨냥해 물류 중심의 사업 모델을 제시한 것은 그간 보기 힘들었던 사례다.

차별화된 대만 진출 전략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 쿠팡 애플리케이션이 대만 쇼핑 부문 다운로드 1위를 달리는가 하면, 지난 9월말 기준 쿠팡을 통해 대만으로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만 무려 1만2000여곳에 달한다.

대만 수출 순항에 힘입어 3분기 ‘성장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늘어난 285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두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개장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세번째 풀필먼트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목표까지 피력했다.

쿠팡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이 여전히 전체 유통 시장에서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며 지갑 점유율이 낮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602조원대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5.1%), 쿠팡(4.4%), 롯데(2.5%)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12% 수준에 불과하다.

쿠팡의 성장은 한국 유통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가 인정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유통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쿠팡의 성장이 한국 유통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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