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빅테크 안방 점령에 토종 기업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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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빅테크 안방 점령에 토종 기업 생존 위협
  • 이태민 기자
  • 승인 2023.11.2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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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디즈니+ 등 빅테크 독점력 강화…유료방송·토종OTT 초토화
유료방송, 칸막이 규제에 성장 한계 직면…토종OTT, 제작시장 주도권 상실
빅테크, 방발기금 등 국내 규제는 회피…법·제도 점검 필요성 제기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면서 유료방송업계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초토화' 위기에 놓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면서 유료방송업계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초토화'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수익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자리잡히며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일 포브스코리아와 아이지에이웍스가 국내 OTT 시장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Netflix)가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OTT들이 그 뒤를 쫓고 있다. 2020년 7월 기준 720만명 수준이었던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올해 7월 1174만명으로, 3년 사이 약 63%나 폭증했다. 넷플릭스는 올 7월 현재 2·3위 사업자인 티빙(522만명)과 쿠팡플레이(519만명)를 합친 것보다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유료방송도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직격타를 맞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4만7495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9만9098명(0.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2개 반기 연속 0%대 증가율을 보였다. 증가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증가율 0.67%(24만2585명)보다도 둔화했다. 특히 매년 3~4%대의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던 IPTV가 1.21% 성장에 그쳤고, 케이블TV(SO) 가입자는 5만여명이나 줄었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의 성장세와 칸막이 규제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허가 사업자가 아닌 OTT는 방송법 등 규제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다"며 "방송법상 사전 규제가 많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유료방송이 고사 위기에 놓이자 일각에선 OTT에도 방송발전기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 OTT 또한 콘텐츠 제작 비용 상승으로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제작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6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국내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자본력을 토대로 ‘킬러 콘텐츠’들을 독점해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어 유료방송이나 국내 OTT는 콘텐츠 수급조차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토종 OTT 서비스와 유료방송업계는 생존 전략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 자체 제작 콘텐츠 투자를 크게 늘리고, 콘텐츠 다양화와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이탈을 막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IBK기업은행, 인터넷 TV업계 등과 함께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규제 완화와 공정경쟁 환경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저가 구조에 맞춰져 있는 국내 방송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이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 나온 적이 없다"며 "기존의 법체계를 점검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규제책을 만들거나, 유료방송업계에 걸려 있는 규제들을 혁신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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