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관성 ‘제로’ 정책, 피해는 국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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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관성 ‘제로’ 정책, 피해는 국민 몫이다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11.2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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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환경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이달 말부터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었던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 규제 유예기한을 지난 7일자로 사실상 무기한 연장해서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한 게 아니라며 규제 방식을 자발적 참여, 지원 강화와 같은 넛지형(유도형)으로 개선해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적이 쏟아지자 금주 내로 유예기간 종료 시점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관성도, 신뢰성도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11개 종이빨대 제조업체로 구성된 ‘종이빨대 생존대책 협의회’는 간담회를 통해 “국내 종이빨대 시장은 붕괴했다”며 “재고만 1억4000만개 정도고, 협의회 이외 업체까지 포함하면 2억개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회용품도 줄여보고자 가게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꿨는데 허탈하다. 돈은 돈대로 들이고, 손님 컴플레인은 고스란히 가게 몫이다.” 얼마 전,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친환경 제품과는 관계없는 소상공인들도 엄연히 피해를 입은 셈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종이 빨대가 탄소배출량이 많고 코팅이 된 제품의 경우 재활용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우선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하나 더 있다.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 빨대 모두 엄연한 일회용품이라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일상 속 첫걸음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회용품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거치며 일회용품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분리수거가 가장 잘 되는 나라라지만, 분리수거장에는 음식물이 제대로 닦이지 않은 일회용 용기가 즐비하다.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인해 처리비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배달 쓰레기 배출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녹색연합이 지난 2020년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6%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이 든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4명 중 3명 꼴이다.

하지만 개인의 죄책감이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한 누군가는 다회용품을 쓰기 위해 노력해도, 다른 누군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규제가 없다면 모두가 나서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 의식 제고와 자발적 참여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일회용품 사용 자제는 결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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