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계, 인력·조직 강화로 지정학 리스크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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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계, 인력·조직 강화로 지정학 리스크 넘는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11.2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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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 중심으로 베트남·日 R&D 인프라 구축
SK, 美·中에 이어 글로벌 경제블록 조직 확충 추진
현대모비스, 새 CEO에 ‘구매전문가’ 이규석 사장 선임
LG엔솔·한화솔루션, ‘미국통’ 고위급 영입 해외조직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인력과 조직을 강화해 지정학 리스크 돌파에 나서고 있다. 미·중 갈등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지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재계가 직면한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구매 및 공급망관리(SCM)부터 해외 생산거점과 연구·개발(R&D) 조직을 재편하는 동시에 관련 전문가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인력구조 개편도 실시해 대응하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인력·조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R&D 역량을 키워 기술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삼성의 기업 DNA와 같은 ‘초격차 기술’에 집중해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및 가전 업황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글로벌 R&D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삼성 반도체의 종합 첨단기술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복권 후 처음으로 이 곳을 찾은 데 이어 지난달 취임 1주년을 앞두고도 다시 한 번 찾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베트남 하노이 삼성 R&D센터를 준공한 데 이어 일본 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연구 조직을 통합했다.

삼성SDI도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거점을 강화해 글로벌 R&D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 거점에 연구소 설립을 완료해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삼성SDI는 독일 뮌헨에 'SDI R&D Europe(SDIRE)', 미국 보스턴에 'SDI R&D America(SDIRA)를 각각 설립한 데 이어 중국 상해에 'SDI R&D China(이하 SDIRC)'를 설립했다.

SK는 올 연말 글로벌 거점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글로벌 경제블록 별 조직 구축과 그룹 차원의 솔루션 패키지 개발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주문하면서다. SK는 지난달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현재 SK에는 해외 주요 시장 중 미국과 중국의 경우 별도의 조직이 구축됐다. 미국은 유정준 SK 미주대외협력총괄이, 중국은 서진우 SK 중국사업담당이 맡고 있다. 유 총괄과 서 담당은 모두 부회장이다. 재계에서는 SK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새로운 글로벌 경제 블록을 책임질 조직이 구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요 경제블록에서 여러 계열사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 관리로 효율적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 앞서 유-서 부회장과 같이 새로운 경제블록이 구축될 경우 부회장급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 새 최고경영자(CEO)에 ‘구매전문가’ 이규석 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출신으로 공급망관리 분야의 탁월한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등 그룹 내 구매 분야 최고 전문가라는 평가다. 이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중요 전략자재를 적시에 확보함으로써 완성차 및 차량부품의 생산 운영 최적화로 그룹 실적 개선의 기틀을 마련했다.

LG그룹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구매 및 공급망 관리 조직을 재편했다. LG엔솔 최고생산책임자(CPO)에 소형전지생산센터장인 손창완 전무가 새로 부임했다. 손 전무는 2018년 자동차전지생산담당, 2021년 중국 남경 자동차전지생산법인장, 2022년 소형전지생산센터장 등을 거거친 생산운영 관리 전문가다. 손 전무는 IT·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팩토리 적용을 확대하는 제조혁신센터장도 겸임한다. 또한 LG엔솔은 이강열 구매센터장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해 힘을 실어줬다. 이 전무는 2020년 전략구매담당, 올해 셀·팩 구매총괄을 맡아 원재료 구매 절감활동 및 원재료 현지화 추진을 통해 원가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

여기에 LG엔솔은 LG전자 출신 이연모 부사장을 영입해 북미 조직을 강화했다. 이 부사장은 LG전자 캐나다법인, 미국 뉴저지법인, 미국법인을 거쳐 MC(모바일)북미영업담당을 역임한 북미 전문가다. LG엔솔이 이번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사장급 임원이 빠진 만큼 이 부사장이 북미 시장 관련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일찌감치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한화그룹도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글로벌 대응력을 높였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다니엘 머펠드 GE리뉴어블에너지 최고기술책임자 겸 부사장을 큐셀 부문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한화솔루션에서 머펠드 CTO는 한국과 미국, 독일 등 3개국을 잇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해 R&D 역량을 결합하고 시너지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도 북미 법인 대관 담당으로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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