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국 전 장관께 '출마 선언' 이전 '사과'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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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국 전 장관께 '출마 선언' 이전 '사과'를 권한다
  • 이설아 기자
  • 승인 2023.1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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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아 정경부 기자
이설아 정경부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무고죄의 희생양'으로 자신을 포장해오던 시인 박진성씨가 결국 지난 8일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으로 향했다. 2016년 박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김현진씨는 무려 7년여간을 무고범이라고 음해당하며 고통당해야 했다. 이제라도 김씨가 평온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희롱 피해가 사실이었음을 명백히 했다. 지난 2015년 박씨가 김씨에게 성희롱이 포함된 메시지를 수차례 전송했고, 김씨의 성희롱 피해 폭로 직후 폭로가 허위인 것처럼 공공연하게 거짓을 주장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1·2심 법원 모두 유죄. 특히 2심 재판부는 박씨가 자신이 유포한 허위자료를 방치하는 등 김씨에게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지적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과 유명인들, 인터넷상 네티즌들은 박씨의 가해에 기꺼이 동참해왔다. 유명 베스트셀러의 제목을 본따 '98년생 김현진'이라 비아냥거리며, 김씨의 폭로가 돈을 노린 '허위 미투(Me Too)'라고 주장했다. 신상명세를 공유하고 '조리돌림'했다. 박씨가 가짜 자살시도를 벌일 때마다 '무고범 김씨'에 의해 고통받아온 박씨에 대한 연민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있었다. 박씨가 유명한 조 전 장관의 지지자였기 때문에 더욱 그에게 공감했을 수도 있겠다. 2020년 박씨가 자신의 SNS에 자살암시글을 올리자 조 전 장관은 "박씨를 아는 분이 신속하게 연락하라"고 조급한 심정을 드러냈다. 박씨가 자신이 '무고'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한 글도 기꺼이 공유했다. 박씨의 성희롱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사실관계 정정보도를 낸 것을 가지고, 성희롱 의혹 자체가 허위라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

물론 사람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에 있어 조급함이 생길 수는 있다. 그 마음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씨는 자살을 하지 않았고 성희롱은 사실이었고 그는 감옥에 갔다. 조 전 장관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들이 김씨를 무고범으로 몰아붙이고 가해에 동참한 것에 대해선 정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특히나 조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법치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이 박씨의 편에 섰을 때 김씨가 느꼈을 절망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그의 침묵은 쉽사리 이해가지 않는다.

최근 국회에서 만나는 이들은 조 전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의 얘기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출마는 거의 확실시되는 것 같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여러 평가가 존재하고, 필자는 이에 대해 가타부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약자를 위해 정치에 나섰다는 처음의 뜻이 아직 확고하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고 출마를 검토하신다면, 김씨에 대한 사죄를 먼저 하실 것을 강력히 권한다. 20대를 내내 고통받아온 김씨에 대한 사과가 출마선언 이전 선행되는 것이 조 전 장관의 '진짜 명예회복'의 길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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