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란봉투법과 일관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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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란봉투법과 일관성의 딜레마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1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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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모든 것을 꿰뚫는 창과 모든 것을 막아내는 방패의 싸움. 현대 사회에서 대립하는 양 측의 주장을 바라봤을 때 생각나는 문장이다. 단점은 배제하고 각자의 장점만 나열하는 일종의 눈속임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창대가 약하다거나 방패의 내구성이 낮다는 가정이 들어갈 경우 어느 부분에서도 한 측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화두에 오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을 독려로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제도라고 지적하는 한편,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의 주장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여야 정쟁의 중심에 있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들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가졌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구하면서,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통과로 불법집회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간 정부와 계속해서 대립각을 만들고 있는 노동계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보호에 반대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적인 피해에 대한 책임 소지는 공중분해된다는 점에서 제도의 도입 취지에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찬반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리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책임감의 여부다. 그간 중대재해법을 비롯한 노동정책에는 대표이사 및 사업장 관리자가 산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확신 속에서 마련된 법안이다. 사업장 책임자가 모든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한 인물이 모든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지게 됐다. 개인이 모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노란봉투법의 경우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조항이 포함됐다. 단순한 노동자 보호를 넘어 정치적인 목적으로 불법파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앞선 중대재해법과 반대로 개인이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이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일 경우 개인이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는 점에서 일관성이라는 개념이 실종됐다. 

현재 여론은 내년 이뤄질 총선 이전에 여야의 극단적인 스탠스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넘어 일관성 있는 제도적 이해가 필요하다.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프레임은 구시대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지난해 화물연대의 파업 당시 발생한 국민들의 피해도 헤아려야 한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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