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는 뭐했나” 물가통제 강화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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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부는 뭐했나” 물가통제 강화 ‘헛발질’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11.1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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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 체감도 높은 농식품 등 밀착 관리 나서
적극적인 가격 통제…득보다 실이 많아 실효성 의문
농식품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김장 재료를 고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식품업계 호실적 소식에 먹거리 물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불만이 정부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체감도가 높은 농식품 등을 밀착 관리하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구축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범부처특별물가안정체계를 본격 가동하고 각 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 등의 가격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그간 농식품부는 농축산물 14개 항목과 외식 메뉴 5개 품목 등 19개 품목의 가격을 한국농수산품유통공사(aT) 등을 통해 톺아봤지만, 고물가가 이어지자 가공식품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박성훈 차관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대응반’을 꾸리고 물가 관리품목인 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 멸치 등 대중성 어종 6종과 천일염 등 모두 7종의 물가 관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총력을 쏟자 가격 인상을 연이여 단행했던 식품·외식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지난 8일 이사회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서민 체감도가 높은 주정인 소주 도매가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영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은 “국가면허사업자로서 종합주류도매업계의 물가안정을 위한 자구노력과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원유 가격 인상 영향으로 유제품 가격이 상승했으나, 생크림, 휘핑크림, 연유 등의 제품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서울우유 측은 “이번 사안은 주요 먹거리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부담 최소화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지나친 가격 통제를 두고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을 통제하면,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축소하거나 질을 낮추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유통 산업 전반에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정부 압박에 못이겨 고통 분담에 당분간 동참할 순 있어도, 원자재 상승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쌓인 만큼, 추후 일괄적으로 가격을 상향할 수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도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시행하는 등 인위적 물가 통제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별 품목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하는 등 가격 통제에 적극 나서게 되면 가격이 동결되거나 낮아지는 물가 안정 효과가 있겠지만, 나중에는 부작용이 더 크다”라며 “직접적인 가격 통제보다는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사회적인 압박을 가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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