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 52시간 완화' 정책이 불러올 나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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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 52시간 완화' 정책이 불러올 나비 효과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3.11.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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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염재인 기자
정경부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주 69시간 근로제' 개편안을 철회한 지 8개월여 만에 '주 52시간 일부 완화'를 꺼내 들었다. 주 69시간 근로제 논란에 대한 후폭풍이 상당했던 만큼 이번엔 '여론'을 명분 삼아 들고나온 모습이다.

정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정해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쉴 수 있게 유연화한다는 방침이다. 3월과 비교했을 때 '일부 업종·직종 유연화'로 한발 물러섰지만,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늘리려는 정부 기조는 그대로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전쟁 폐허 속에서도 악착같이 달려온 국민 덕분에 세계 주요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만이 아닌 삶의 질적인 측면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근로시간 개선 노력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주 52시간이 도입됐고, 그 결과 주당 실근로시간이 48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중은 2017년 30.8%에서 2022년 17.5%로 크게 감소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은 근로시간을 유연화할 만큼 적게 일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인의 근로시간은 전 세계 상위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성적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연평균 근로시간(1901시간)이 38개 회원국 중 5위다.

우리나라는 주요 8개국(G8) 후보 국가로 거론될 만큼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민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주요 8개국(G8)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다며 '심리적 G8'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정부·여당 주장대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더 이상 국민의 희생으로 경제를 살리는 손쉬운 정책은 그만할 때가 됐다. 다른 것을 차치하더라도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효과가 미미한 정책이다.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노력해온 '저녁이 있는 삶'을 과거로 퇴행시킨다면 국민의 삶은 다시 팍팍해질 것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나아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출생·인구절벽 문제 해결도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피·땀·눈물'을 발판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장기 발전이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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