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산 밀’ 넘쳐난다는데…왜 가공식품은 비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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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산 밀’ 넘쳐난다는데…왜 가공식품은 비싸질까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11.1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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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민주 기자
유통중기부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최근 식품업계 중심엔 ‘고물가’란 주제가 빠지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를 다 해소하기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됐다. 여기에 고환율, 이상기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까지 식탁 물가를 부추길 대내외 변수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서민들의 인내심은 옅어지고 분노만 차오른다. 정보화 시대에 국제 곡물 가격 등락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각종 통계 사이트와 뉴스 등에서 수집할 수 있는 세계 곡물 가격 수치는 소비자가 받아든 가격표와 괴리가 있다. 실제로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확인한 세계 곡물 가격은 지난해 5월 고점을 찍고 지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가공식품업체들은 앞다퉈 ‘원가 부담’을 근거로 공급 가격을 올려 잡고 있다. 국제 밀값이 올라 가격을 인상했던 과자, 라면, 빵 업체들은 이번엔 밀 가격이 내려도, 이 외 인건비와 물류비, 전기·수도 요금, 광고비 등의 부담이 가중됐다고 울상이다.

이 와중에 우리 밀 보관 창고는 과부화된 저장량에 보관비용으로만 34억원이 투입됐단 소식이 들린다. 소비자들의 의구심은 커진다.

“넘쳐난다는 ‘우리 밀’을 사용하면 물류비도 아끼고, 애국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복잡한 시장 논리에 비하면 1차원적이지만, 소비자로서 충분히 내던질 수 있을 법한 의문이 제기된다.

성난 소비자들이 가리키는 우리 밀 창고의 이면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자리한다. 현재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밀 자급률을 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하며 밀의 재매면적을 늘리고 있다. 전문 생산단지를 선정해 재배를 적극 장려하고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소비처를 확보하지 못해 재고량이 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총 5만4574t을 매입했으나 방출량은 1만3217t에 그쳤다. 전체 매입량 대비 24.2%에 불과한 수준이다. 보관창고에 쌓이는 저장량은 해마다 불어간다. 우리 밀 저장량은 2019년 1만173t, 2020년 1만203t, 2021년 1만4858t, 지난해 2만7427t, 지난 8월까지 4만1357t으로 파악됐다. 보관비용도 당연히 증가했다. aT가 우리밀 보관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2020년 2억62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4억1500만원, 2022년 12억79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4억3700만원에 달한다.

왜 국산 밀이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썩어나고 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국산 밀 가격은 수입 밀보다 3배 정도 비싸다. 아직은 안정적인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해 많은 양을 균일한 품질로 공급하기 어려운 탓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 영업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절대적 우선순위인 기업 입장에선 우리밀 대신 수입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식품업계는 밀 외에도 주요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국제 정세에 따라 원가가 휘청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은 합리화된다. 국내 식품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 한번 오르면 정부 차원의 압박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쉽게 내리지 않는다.

원재료 자급률을 높이지 않으면 식품 가공업체들은 계속해서 국내외 역풍에 촛불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우리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비롯해 소비자들의 권익 보장, 더 나아가 수입에 의존을 떨치고 국력을 단단히 하기 위한 기본 전제 중 하나다.

정부는 밀에 대한 안정적인 생산 및 판로보장 대책 마련,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을 구축해야만 한다. 기업 역시 정부의 우리밀 장려 정책에 힘을 보탤 사회적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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