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업 2023] 폐기물 스타트업, ‘유니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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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업 2023] 폐기물 스타트업, ‘유니콘’ 꿈꾼다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11.10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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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 각광으로 폐기물 시장 관심 상승
불필요한 규제 해제하고 아이디어 펼쳐야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허준녕 GS벤처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사진=코스포 제공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허준녕 GS벤처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 사진=코스포 제공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전 세계가 직면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순환경제’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선형경제에서 한 번 사용한 원료는 폐기된다. 반면 순환경제는 재생과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폐기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순환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폐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폐기물 시장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6120억달러(약 1978조7300억원)에서 오는 2030년에는 2조4830억달러(약 3046조8893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 컴업(COMEUP)’의 마지막 날인 10일 퓨처 토크(Future talk) ‘쫄지마, 다음 유니콘은 우리야!’ 세션에서 폐기물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 대표들의 얘기를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해당 세션에는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허준녕 GS벤처스 대표, 김근호 리코 대표, 권순범 이큐브랩 대표가 참석했다.

이덕준 대표는 시작에 앞서 “스타트업 시장이 어려운 기간에도 투자사들은 다음 투자 대상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오늘은 좀 더 주목받을 필요성이 있는 ‘기후테크’의 잠재력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쉽게 생각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분야, 폐기물 분야에서 일하는 두 창업가를 모시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폐기물 수집운반 서비스 ‘업박스’를 제공하는 리코는 2018년 말 창업해 5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다. 사업장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 특히 폐기물 관리가 엄격한 한국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서비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김근호 대표는 “유학생활 당시 어느 도시를 가도 항상 ‘WM’이라는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WM(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은 미국의 가장 큰 폐기물 관리 서비스 기업이었다. 이후 귀국했을 때 한국은 분리배출과 폐기물 관리가 잘 되고 있음에도 대표적인 기업이나 브랜드가 없다는 게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폐기물 시장 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편하고 친환경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창업 배경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폐기물관리법이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다. 폐기물 배출 시, 기업은 3자 계약을 맺고 폐기물의 운반과 처리 방법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며 “여기서 벗어나는 계약은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처음부터 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리코는 현재 폐기물 스타트업 플랫폼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됐지만, ‘미래 자원’을 모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속 재생에너지와 원료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이라며 “폐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 등 모든 것들이 미래 자원의 원재료이며, 그것들을 얼마나 잘 모아서 관리하고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미래를 위한 플랫폼으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큐브랩은 2011년도 당시 대학생들이 모여 창업한 조직으로, 스마트 폐기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태양광을 이용해 쓰레기를 압축하는 ‘쓰레기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서비스가 미국·호주·유럽의 도시들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생각해 해외로 진출했다.

권순범 대표는 “중국, 인도, 미국 3개 국가는 전 세계 쓰레기의 50% 가량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중앙정부의 힘이 강하고, 인도는 아직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구 관점에서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미국이라고 생각해서 미국에 알맞은 솔루션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이후 미국에 집중하는 폐기물 스타트업으로 새롭게 창업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세상의 모든 건 결국 쓰레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폐기물 시장은 슬프게도 앞으로 영원히 커질 것이다”라며 “플랫폼이라는 공식이 세상을 많이 바꾼 것처럼, 폐기물 시장에서도 변화가 오게 될 텐데 그게 무엇인지 알고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목표 시장을 미국, 한국 등으로 구분할 게 아니라 지구의 환경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면 이큐브랩은 굉장히 의미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폐기물 시장의 유망성과 투자 관점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허준녕 대표는 “탄소배출이 많이 발생하는 업체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절감과 재활용은 기존 산업 영위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된 상태로 투자를 진행한다”며 “한국에선 폐기물 관리를 공공서비스로 생각하기 쉽지만, 외국에선 공공과 민간이 섞인 서비스다. 미국에선 상위 세 개 업체의 시가총액만 60조~70조원에 이르는 큰 산업이다”라고 설명했다.

허준녕 대표는 “폐기물을 비롯한 순환경제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규제로 막혀있다. 금융전산망 관련 규제가 풀리며 스타트업들의 좋은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었던 것처럼, 폐기물 시장에서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준 대표는 “폐기물도 결국은 흩어져 있는 것들을 어떻게 표준화시키고 효율화시켜서 만드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향후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선 이들을 잘 모으고, 잘 추적하는 것들이 성장을 드라이브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며 “폐기물을 비롯한 기후테크 분야에서 큰 회사가 많이 나오길 바라며, 두 대표님들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삼은 창업가들을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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