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문가는 괜찮다는데”… 비전문가發 소문에 기업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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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가는 괜찮다는데”… 비전문가發 소문에 기업 ‘골머리’
  • 이용 기자
  • 승인 2023.11.07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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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괴담 중 하나는 ‘달 착륙 음모론’일 것이다. 해당 음모론은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과 관련된 것으로,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으나 마치 달에 간 것처럼 미국이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해당 문제는 중학생 수준의 과학 상식만 갖고 있어도 충분히 논파 가능한 사실로, 아주 오랜 시절 이미 논파됐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외 수많은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음모론자의 음모를 과학적인 설명으로 논파했지만, 음모론자들은 여전히 귀를 닫고 인간은 달에 간 적이 없다고 믿고 있는 형편이다.

비전문가들의 ‘큰소리’는 비단 달 착륙 문제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통 업계는 물론 제약, 의료계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아스파탐의 암 유발’ 괴담이 있다. 지난 7월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2B로 분류했던 사건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과 언론은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강조하며, 불매를 촉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기존 상품 판매 공급을 줄이거나, 아스파탐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찾겠다는 대응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IARC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아스파탐의 무해성을 강조했다. FDA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규제 허들이 높은 식의약품 전문 기관이다. FDA 전문가들은 50년 동안 100개 이상의 연구를 진행해 온 결과, 통상적인 섭취 수준의 아스파탐은 인체에 무해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ARC가 주장한대로, 아스파탐이 신체에 유해하려면 체중 70㎏의 성인이 아스파탐 함유량 200∼300㎎ 탄산음료를 하루에 9∼14캔 넘게 마셔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제로 칼로리' 식료품에 대한 악의적 비방은 계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최근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의 임상 결과를 두고 일부 증권 전문 언론과 주식 전문가들이 아쉽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3세대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의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나왔다. 해당 병용요법은 전 세계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 대비 더 높게 나타나 학계에선 이번 임상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부작용이 더 높게 나타난 점을 강조했고, 유한양행의 주가 하락 소식까지 보도했다.

중요한 것은 해당 통계로 나타난 부작용은 임상 약물로 치료를 받던 환자에게 생긴 모든 질병을 포함한다. 즉, 약물과 관련이 없는 질병이 발생했더라도 부작용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재도 상용화 중인 일부 의약품에조차 부작용이 존재하는 만큼, 임상에서 밝혀진 부작용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학계가 효능을 입증한 사례에 대해, 의료계 외 인물들이 부정적인 항목을 들춰서 경제적 가치만 평가하는 꼴이 됐다.

달 착륙에 대한 음모 제기는 과학자들에게 답답함을 유발할 뿐 민생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 관련 문제는 다르다. 아스파탐은 당뇨병 환자가 설탕을 대체해 섭취할 수 있는 첨가물로 각광 받고 있다. 또 가성비도 좋고 변질 우려도 적어서 경제적, 의학적 가치도 높다. 신약의 경우, 비슷한 수준의 경쟁 제품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낮춰져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제품에 대한 비판은 엄연히 소비자의 권리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미 논파가 끝난 문제에 대해서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무분별하게 제기하다 보면, 해당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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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홍슈 2023-11-09 10:53:23
오ㅋ 잘생겼넹ㅋㅋ 왜 기자를 하세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