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퇴계 이황, 정조대왕, 다산 정약용부터 모네, 처칠, 헤르만 헤세까지, 위인들의 정원생활 『인생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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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퇴계 이황, 정조대왕, 다산 정약용부터 모네, 처칠, 헤르만 헤세까지, 위인들의 정원생활 『인생정원』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11.0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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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환경설계학과 성종상 저 ,스노우폭스북스' 출간,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위인들이 살다간 지혜의 공간은 서재만이 아니라 자기들만의 정원이었다. 환경설계의 거목으로 조명받는 서울대 환경설계학과 성종상 교수가 무려 390쪽에 달하는 두께의 저서 <인생정원, 스노우폭스북스>를 출간했다. 

지난 15년 간 헤르만 헤세, 다산 정약용,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퇴계 이황, 토머스 제퍼슨, 찰스 3세, 윈스턴 처칠, 정조대왕, 클로드 모네, 소쇄옹 양산보, 고산 윤선도, 안평대군의 집과 마당, 정원, 텃밭, 그들이 살던 동네주변을 찾았다.

책에는 다리품을 팔며 직접 촬영한 300여장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성종상 년 월)을 자세한 사진설명과 함께 담았다. 500년을 관통하는 위인들의 정원살이다. 

헤세의 정원은 각별하다. 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 그에게 정원은 ‘영혼의 안식처’다. 고통을 겪을 때마다 가이엔호펜 농가 정원 일에 몰두했다. 꽃을 심고 나무를 가꾸고 풍경그림을 그렸다. 저자는 바깥과 안이 자연 속에 조화로운 헤세의 정원이 조선 사대부 정원을 닮았다고도 말한다. 

다산 정약용은 논을 넓혀 거둘 곡식 대신에, 연을 키워 정취를 맛보는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더욱 중시했다. 실용만큼 격조와 운치를 큰 가치로 여겼다. 꿈꾸었던 이상적 거처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괴테에게 자연은 언제나 어려운 탐구대상이었다. 그러나 괴테의 정원은 조금 더 순화된 자연이었다. 가장 쉽고 편하게 그리고 순수하게 교감하는 자기만의 충동적인 공간이었다.  

"태어난 지 오십 년 만에 이제야 겨우 반 쪽 집을 지었네. 외진 곳에 있으니 찾아오는 이 드물고 산 깊어 해 빨리 져서 쉬이 저녁 된다네." 정원의 삶을 살며 퇴계 이황이 남긴 문장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땅의 경작만큼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없으며, 문화로서 정원과 견줄만한 것도 달리 없다”고 주창했다. 신생국 미국의 국가이념이 담긴 꿈과 이상의 경치를 버지니아 대학교 아카데미컬 빌리지에 가꿨다.   

찰스3세는 환경운동가였다. 미래 지속가능한 자연순환의 생태환경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빠름 대신에 느림, 거침 대신에 세심함을 근간으로 한다. 그러면서 사라져 버리기 쉬운 소소한 일상을 중시했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윈스턴 처칠에게 정원은 가족사랑이 샘솟는 원천었다. 룰렌덴 숲에 가서 조카들도 같이 숨바꼭질을 했다. 런던 근교 켄트 지방 차트웰 가든에다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벽돌집도 만들어 놀아주었다. 처칠은 가든보다 가드닝을 중시하는 영국식 정원사였다.  

정조에게 정원은 개인적으로 내면의 상처를 달래고 타고 난 본성을 일깨워 준 청정 회복소였다. 더 나아가 천재적 재능과 취향을 발휘하고 향유하는 무대였다. 화성과 용주사, 경모궁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조경을 부모님께 효도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려 했던 속내가 담겨 있다. 정조는 꽃과 나무를 가장 많이 심은 왕이다. "아름다운 성은 적들로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고 신하들에게 역설했다.   

빛과 바람,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꽃과 나무의 품 속에서 지내다보니 최고의 화가가 된 사람이 클로드 모네다. 땅에 그림을 그린 화가다.

세계 제1의 정원을 꼽자면 단양의 소쇄원이다. 열일곱, 좌절된 벼슬의 꿈을 버리고 죽을 때까지 은둔자의 삶을 지켜낸 소쇄옹 양산보의 인생역작이다. 

고산이 집을 떠나 본격적으로 정원 생활에 들어간 것은 나이 쉰이 넘은 인생의 중후반기였다. 보길도에서 처음으로 정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출발은 순전히 자기 뜻만은 아니었다. 병자호란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굴욕적으로 항복하게 되자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어 탐라(제주)에라도 들어가 은거하겠다”고 결심했다. 가던 길에 풍랑을 만나 잠시 머물렀다가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정원으로 만든 곳이 완도의 보길도다. 

비운의 왕자로 기억되지만 안평대군의 집 수성궁과 무게정사를 들어서면 풍류가 탁월했던 예술인다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저자 성종상은 인사동길, 국립중앙박물관, 호암미술관한국정원 희원, 선유도공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등을 설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전통생태학 1, 2』, 『조경•미학•디자인』,『식재디자인 핸드북』,『한국조경의 새로운 지평』,『세계유산의 새로운 해석과 전망』등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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