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사 끝났으니 안심? 하도급 해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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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사 끝났으니 안심? 하도급 해결돼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11.0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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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가 무죄 판정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무량판 아파트 427곳을 현장조사한 결과 설계상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1곳 외에 나머지 426곳은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자연스레 여론은 시공 및 안전 문제가 있는 건설 현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뿐이라는 식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무죄 판정을 받은 것은 LH를 제외한 전국 아파트가 아닌 무량판 구조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일찍이 문제 되는 것은 공법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사람이 짓고 사람이 사는 아파트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결국 불법 하도급 관행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규모 붕괴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반복된 지적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광주 학동 붕괴사고 때도 불법 재하도급을 통해 공사비의 약 84%가 삭감된 점이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대한민국 건설 현장의 99.9%는 불법 하도급"이라고 주장한다.

불법 하도급 문제에 정부가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분기별로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집중단속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소관부처의 권한만으론 적발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특별사업경찰도 도입했다. 공공기관들도 이같은 기조에 맞춰 자체적인 점검을 강화하는 등 클린 사업장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업 전문가들이 근절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으는 까닭은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한 지자체의 명예 하도급 호민관은 "정황상 불법 하도급이 분명히 있으나 실제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경우가 많다"며 "하청업체가 결국 재하도급을 3단계, 5단계 심지어는 7단계까지 주고 있으나 서류상으론 이 과정이 모두 누락된 것으로 나온다"고 호소했다.

실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의 경우에도 사고조사위원회 자료에는 서류상 불법 하도급이 포착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이 드러나며 경찰이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상황이 이럴진데 전국 수십만 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 현장을 공권력으로 모두 단속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에는 제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발걸음은 당초의 포부와 달리 더디기만 하다. 건설업계에선 유대 관계를 깨고 내부 고발을 감행할 만큼 내부 고발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제도와 더불어 불법 하도급이 적발될 경우 발주처 및 원도급사를 처벌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꾸준히 나왔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일부 사안은 이미 수년 전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 작년 말 건설현장 불법행위 발본색원하겠다며 나선 것과 달리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안은 그간 보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간의 정책 목표들이 동력을 잃고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중이다.  

결국에는 뒷심이다. 이미 발표 예고일을 넘긴 건설산업 카르텔 혁파 방안에 진정성 있는 개선안이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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