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피해, ‘상생협력법 개정’ 해답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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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피해, ‘상생협력법 개정’ 해답 될까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10.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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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업체 절반, 별도 조치 취하지 않았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3배서 5배로 강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생협력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생협력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생협력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한국의희망, 광주 서구을)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기준 중소기업 기술 유출 및 탈취 피해 금액은 5022억원이다. 

특히 피해를 입고도 조치를 취한 기업은 절반에 그쳤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정책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 경험이 있는 업체 중 절반에 가까운 43.8%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기술탈취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8.6%였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행정기관에 신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는 응답은 28.1%에 그쳤다.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역시 21.9%로 저조했다.

이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정부의 기술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70.6%)과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3.5%)를 꼽았다.

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5월 재단법인 경청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중소기업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구제를 위한 피해기업 초청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기업들은 △부정경쟁방지법상 아이디어 침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 △행정조사 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 △행정조사 및 수사기관 등의 범부처 협의체 구성 등 △아이디어 등에 대한 객관적 가치 평가기관 마련 필요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은 기술 유용행위를 적시에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할 역량이 부족하다. 이들은 피해 입증 지원 제도 개선방안의 하나로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민사소송 시 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제도’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88.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기술탈취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과 관련해서는 89.3%가 불만족이라고 답했다. 대부분 높지 않은 처벌 수위를 이유로 들었다. 응답자들은 형사처벌 불만족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52.2%), ‘초범이라는 이유로 피해 수준에 비해 관대한 처벌’(25.4%) 등을 꼽았다.

기술탈취 문제로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물론이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동안 회사를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없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면서 “대기업의 경우에는 사내 법무팀이 존재하거나, 자금을 이용해 유명 로펌들을 섭외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럴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 소송 끝에 손해배상금을 받더라도, 회사가 입은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피해에 비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에 정부도 엄중한 처벌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지난 6월 당정협의를 열고 대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기술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를 막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현행 3배에서 5배로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피해기업 지원과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제재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4월 시행된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전면 개정한다. 지난해 2월 시행된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기술 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을 5배까지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서 “8월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단호한 대응을 약속드린 바 있다”며 “기술탈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보강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3배 이내로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5배까지 강화하는 상생협력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기술탈취 문제는 자료 입증 과정부터 소송까지 상대적으로 조건이 열악한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피해기업 구제 대책이 보다 구체화되고, 가해 기업에 대한 엄벌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는 성과물 침해의 경우에도 행정조사의 대상이 되도록 현행법 규정을 개정해 줄 것을 요구 중이다. 아이디어 침해·데이터 부정사용 등 부정경쟁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시정권고 이외에 시정명령까지 가능한 구조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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