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안통하나…식품업계, 연말 대목에 ‘줄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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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안통하나…식품업계, 연말 대목에 ‘줄인상’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10.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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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불안정 및 고환율 등…원가 인상분 내부 감내 한계치
햄버거, 런치플레이션 수혜주 옛말…우유 3000원선 넘겨
사진은 서울의 한 음식점 거리.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식품·외식업계 물가 인상 자제 압박에도 주요 식품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업계는 계속되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의 상승 여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맥도날드, 맘스터치 등 런치플레이션 수혜주로 꼽히던 햄버거도 인상 반열에 합류했다. 우유는 3000원 마지노선을 지키겠단 업계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지만, 대형마트를 제외한 소매 채널에선 이미 3000원대 돌파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음식점 거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연말 대목을 앞두고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의 식품·외식업계 물가 인상 자제 압박이 이번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민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기업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각종 원부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식음료업계 특성상 가격 인상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로 인한 국제 유가 불안정성과 고환율 등 대내외 악재들이 산재해 물가 상승 촉발 요인이 됐다.

국내 주요 식음료업체들은 올 초부터 정부 차원의 권고로 인상안 보류 및 가격 인하를 단행한 바 있어, 기업 내부 비용 절감으로 감내해오던 인상 요인이 심화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유통업계 최대 대목인 4분기를 앞두고 미리 가격을 상향 조정해 올 한 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려는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런치플레이션(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수혜주로 주목받던 햄버거도 인상 반열에 합류했다. 고물가 속 햄버거세트메뉴는 1만원 내외로 버거‧튀김류‧음료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 가성비 한 끼로 꼽혀왔다.

맥도날드는 내달 2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올린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인상이다. 이번 인상 대상은 버거 4종, 맥모닝 메뉴 1종, 사이드 및 디저트 7종, 음료 1종 등 13개다. 조정폭은 최대 400원이며 전체 평균 인상률은 약 3.7%다. 조정 대상에 포함된 버거 메뉴 중 ’불고기 버거’,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는 각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씩 오른다. 음료 및 커피 품목의 경우 ‘아이스 드립 커피’가 200원 비싸진다.

맘스터치도 오는 31일자로 닭통가슴살 패티를 사용하는 1개 버거 품목(메뉴 4종)의 가격을 인상한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를 비롯해, 치킨이나 사이드 등 전반적인 메뉴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 전반적으로 계육 등 원가 상승요인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닭가슴살의 경우, 공급불안정으로 인한 원가 폭등 현상이 계속 되고 있어 가맹점주님들과 상의 끝에 인상안을 결정했다.

이 외 햄버거 업체들은 당장 인상안 발표 계획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우유의 경우,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고려해 3000원 제한선을 지키겠단 업계의 합의가 있었지만, 대형마트를 제외한 일반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의 소매 채널에선 이미 3000원대 돌파했다.

유가공업체들은 가공유나 발효유, 치즈 등의 유제품 가격을 흰 우유보다 더 높게 올려 잡고 있다. 매일유업은 가공유 제품 가격은 5∼6%, 발효유와 치즈 제품은 6∼9% 올렸다. 남양유업은 유제품 출고가를 평균 7% 인상했다. 동원F&B도 유제품 가격을 평균 5% 상향 조정했다.

주류 업계도 제품 출고가 인상을 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했다. 통상 식품·외식 부문은 상위 한 개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기업들이 따라하는 경향이 있어, 선두업체인 오비맥주의 인상안 발표를 기점으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경쟁업체들의 공급 가격 상향 조정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늘었고 인건비, 전기·가스요금 등도 상승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운동에 동참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내부적으로 원가 부담을 상쇄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추후 더 큰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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