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대로 된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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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대로 된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 없을까
  • 권영현 기자
  • 승인 2023.10.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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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친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주인공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냐’는 물음에 한 답변이다.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특별법을 개정하는 등 사태 수습에 한창이지만 다시 소를 키울 생각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잃은 소’를 되찾기 위해 내놓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4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제는 피해에 무뎌지고 있다는 피해자들도 등장했다.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서 매물을 주선하는, 국가공인 자격을 부여받은 공인중개사들이 범죄에 가담했다. 또 일부 임대인들은 공문서와 사문서까지 위조하는 등 작정하고 사기행각을 벌였음에도 일각에선 ‘피해자들이 제대로 확인을 안했다’며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의견을 조율해 발표한 특별법에 ‘선구제 후회수’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없느니만 못한 특별법이라며 제대로 된 법을 개정하라고 거리에 나오고 있다.

당초 전세사기 특별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저리 대환대출 소득요건을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사실상 맞벌이 부부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정부는 부랴부랴 부부합산 연 소득 1억3000만원으로 상향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 피해자들은 구제는커녕 이사와 경매를 위한 준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피의자가 수감된 탓에 수감번호를 수배하고 교도소를 드나들며 내용증명을 받기 위해 분주하다. 정부가 경‧공매를 유예 및 정지할 것을 약속했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살던 전셋집이 경‧공매에 넘어가면서 집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외양간 고치기인 피해 방지 대책 역시 열심히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거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꼬리표가 붙는다. 최근 대전에서 최대 피해액이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대응과 책임을 묻고 있다.

국토부가 이달 임차인과 임대인이 받는 중개대상물의 확정일자 부여현황 정보와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정보, 최우선 변제금 등을 기재해 설명서 서식을 개편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이마저도 업계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 받는다.

다시 소를 키우려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다만, 기왕 고칠 것이라면 다시는 소를 잃지 않게 잘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고쳐진 전세사기 방지 대책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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