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모든 건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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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모든 건 윤 대통령에게 달렸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10.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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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며칠 동안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다가 돌연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우리가 민생 현장에 더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들어 그렇게 열을 올리던 '이념전'과 관련해선 참모들에게 "이념 논쟁을 통해 자유와 연대를 바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라는 당부도 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정말 변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변하기 위해서는 집권 이후 보여온 모든 말과 행동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철학이 이념"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2개월 만에 이념 논쟁을 멈추자고 밝혔다.

보통 정치에서 입장을 180도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 반성과 함께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의 명분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갑자기 '이념보다 민생'이라는 말을 꺼내 들었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철학'이라고 하다가 또 '민생이 더 중요하다'고 하니 듣는 국민은 미간을 자연스럽게 찡그릴 수 밖에 없다.

야당에 대한 태도도 뒤집어야 한다. 그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야당에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에둘러 말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지칭하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제라도 야당 대표를 만나고 협치를 구해야 하는데 이전의 날 선 발언들을 거둬들일 수도 없다. 이 역시 자기 반성이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나라 경제가 심상치 않고, 곳곳에서 포착되는 위기 징후를 대비하기 위해 협치를 하자는 말을 꺼내고 싶어도 꺼낼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모양새인데 이를 인정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직간접적으로 밝힌 변화의 의지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강을 건넌 뒤 타고 온 배를 불살라 버리는 듯한 발언은 이렇게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이 첫 민생 카드로 꺼내든 '의과 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도 진정성에 물음표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많은 국민이 지지하고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정책이라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내기 쉽겠지만, '반국가세력'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멸절의 대상이 아닌가. 손을 내밀려고 해도 그 손이 민망해질 것이다.

'문 정부 때 추진했던' 정책을 다시 추진하면서 전 정부 탓을 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달라진 점이다. 원래 하던 대로 한다면 윤 대통령은 문 정부 정책 추진 실패를 조목 조목 따지며 이번 정부는 다르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윤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정말 반성하고 민생을 위한다면 이재명 대표를 만나 국정 운영 협조를 구하는 것이 변화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년 총선에서도 여당이 패배할 경우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국정은 대통령이 운영하는 것인데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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