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은 기준금리 6연속 동결, 물가 잡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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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은 기준금리 6연속 동결, 물가 잡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10.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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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월 19일 기준금리를 현행과 같은 연 3.5%로 유지하며 지난 1월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 6차례 회의 연속 동결했다. 미국 고금리 발작,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는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쳤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한국은행의 딜레마는 복합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다. 올해 1%대 저성장 전망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우선적 고려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 상승했고, 특히 신선식품 물가는 6.4%나 올랐다. 여기에 2분기 가구당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 9,000억 원 증가한 1,079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은행 기업대출도 지난달 11조 3,000억 원 늘면서 1,238조 2,000억 원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환율이나 가계 대출, 물가 등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저성장이 심화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장기간 금리 동결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가계 대출은 5개월 연속 급증했고 환율 급등과 한·미 금리 차 확대 탓에 외국인은 두 달 연속 매도세인 ‘셀 코리아(Sell Korea)’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 2,140억 원을, 코스닥 시장에서는 4,980억 원어치나 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순매도로 2개월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따라서 지금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적절하게 금리를 조정하는 정공법으로 돌아갈 때다. 그것이 한국은행 본연의 역할이자 「한국은행법」 제1조에 명시된 ‘물가 안정’이라는 엄중한 책무다. 그런데도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회복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1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9개월 연속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관망’ 전략을 선택하면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기업부채 구조조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말 이후 한국(연 3.5%)과 미국(연 5.25∼5.50%)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 폭인 2.0%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환차손이 발생한 데다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8~9월 두 달 사이 31억 달러 이상 순유출됐다. 또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면서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 대출은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7월 2.3%로 연중 저점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에 이어 9월엔 3.7%로 뛰었다. 한국은행의 중기 관리 목표치 2.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금융통화위원 절대다수가 우려할만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 부담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 폭탄이 터질 위험성이 더 크다. 신(新) 중동 사태가 확대될 경우는 유가 상승 등 물가 인상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지만, 통화정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결국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수출·수입, 투자, 민간 소비, 정부 소비 등 대다수 경제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주요 주체들이 모두 활력을 잃으면서 저성장이 고착화(固着化)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39조 원에 달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어 고소득자, 고가주택 신규 매수자에게도 대출을 해줬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선을 보이는 등 금융당국의 탓도 크다. 정부가 뒤늦게 특례보금자리론 기준을 강화하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도 제동을 걸었지만, 빚을 내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작금의 우리 경제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출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소비, 설비 투자, 정부 소비 등은 모두 감소하고 있다. 도시철도, 전기, 도시가스 등 공공재의 요금도 올랐다. 자칫 잘못하면 물가 급등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집 떠난 동학개미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물가와 환율이 불안하고,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분위기다.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데도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렇게 미시적 조정이 현재로선 잘 작동하지 않는 데다 거시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때일수록 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3주체가 거시·민생경제 안정과 조속한 경기 반등을 위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가계와 기업은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 부채를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정부는 이제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위해 규제 혁파로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노동·연금·교육 개혁, 서비스업 혁신 등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만 한다. 특히,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뒤틀린 엇박자 기조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연착륙을 위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긴축기조에 맞춰 적절하게 금리를 면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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