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철저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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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철저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0.16 14: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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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 M&A 반대·제3자 매각 주장, 해사 행위·집단 이기주의
회생 불가능성 분명히 인지하고 딜 성사 되도록 합심해야
산업부 박규빈 기자
산업부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적 대형 항공사 인수·합병(M&A)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해외 경쟁 당국들이 결론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대한항공 경영진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자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며,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에는 제3자 매각 방안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자신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왜 매물로 나왔는지, 그 근본적 이유를 망각한 듯 하다. 대한항공 주도의 M&A의 대전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불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점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조종사 노조의 메타 인지 능력이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프로토콜을 따져보자. 2019년 3월 22일 아시아나항공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은 리스 항공기 정비 의무 충당 부채를 이유로 '한정' 감사 의견을 내놨고, 4월 15일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선언함과 동시에 채권단에 수정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돈을 벌어도 버는 게 아닌 디폴트 상태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한계 기업 그 자체였다. 살아있는 게 용한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다. 4월 23일 파산을 포함한 다양한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1조7300억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M&A에 베팅했지만 이내 중단했고, 스노우 볼이 굴러가다 결국 2020년 11월 16일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과 해외 사업장 소재 경쟁 당국들의 동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현재는 미국과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 일본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EC는 대한항공에 인천-유럽 4개국 여객·화물 노선 독과점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조원태 회장은 "무엇을 포기하든 아시아나항공 M&A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항공은 M&A 승인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본부를 매각하고 유럽 노선 슬롯 일부 반납 등의 내용을 시정 조치안에 담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너무나도 예측 가능하고도 당연한 수순에 조종사 노조가 반발할 이유가 없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병을 성사시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가 한국산업은행에 제3자 매각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한국산업은행에 제3자 매각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의 자산인 화물기, 일부 슬롯이 사라진다고 해서 조종사들까지 정리 해고되는 것이 아니다. 산은과의 협약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언급했듯 현업 인력들을 모두 끌어안고 갈 방침이고, 화물기 조종사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의 경우 항공 자유화 노선으로, 언제든지 증편이 가능하고 독일의 경우 미사용 운수권이 있어 여유로운 상황이다. 또한 외국 아닌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을 대상으로 화물본부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부 유출 논란은 실체가 없다. 때문에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작이라거나 매국적 딜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M&A가 이뤄질 경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시뮬레이터 훈련 등에서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들에 비해 시니어리티상의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현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바람대로 M&A가 이뤄지지 않는 등 판이 깨져버리면 산업은행은 다시 원매자를 찾아야 해 사회적 혼란과 비용만 가중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기간에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대란 덕분에 화물 사업 호황을 맛봤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 여객기 벨리 공급 증가와 화물 사업 경쟁 심화에 따른 실적 악화, 여객 사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재차 내리막길을 걷는 형국이다. 심지어 화물본부 매출액은 2019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부채율은 1743.4%로, 막대한 차입으로 경영을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을 기록해도 이자 비용 때문에 순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무 구조는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현 상태에서 아무 것도 내주면 안 된다며 반발하는데, 세상사에 대한 시야각이 딱 칵핏에서 보이는 수준에 그치는 건 아닐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주장하는 바는 해사 행위임과 동시에 타 직군 동료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임직원 모두가 실직한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은 대한항공 주도의 M&A 성공만이 당신들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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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2023-10-21 11:58:00
눈썩음

소크라테스 2023-10-18 06:11:33
너 자신이나 알라. 어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