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력 끝에 일궈낸 ‘수영 황금시대’… 제약바이오 활약도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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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력 끝에 일궈낸 ‘수영 황금시대’… 제약바이오 활약도 기대하라
  • 이용 기자
  • 승인 2023.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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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올해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큰 희망을 안겨준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수영’일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수영 선수들은 6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총 22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 수는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의 금메달 4개보다도 많으며,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의 메달 16개의 기록을 뛰어넘은 기록이다. 특히 김우민은 남자 자유형 400m·800m와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3관왕이 됐다. 광저우 대회의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메달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 역사상 기념비적인 일이다. 사실 국내 수영은 박태환 전후로 이렇다할만 인재가 없었다. 이렇다보니 수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순식간에 식었으며, 자연스럽게 출전 선수들에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초반부터 기대도 못 했던 수영에서 우리 선수들이 연달아 낭보를 전하며, 불경기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로하고 기쁨을 줬다.

다만 명심해야 할 부분은 국내 수영 선수들의 실력이 어느날 갑자기 좋아진 것이 아니란 점이다. 수영 대표팀들은 모두 2000년대 초반생으로, 현역 시절 박태환을 보며 꿈을 키워나간 일명 '박태환 키즈'다. 각선수들은 물론 재능도 있지만, 해외에서 전지훈련까지 받으며 세계적인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또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의 지원이 뒷받침돼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더불어 이들의 성과는 단발성으로 끝날 전망은 아니다. 아직 큰 무대에 서지 않은 어린 박태환 키즈들도 여럿 있고, 우리 선수들의 활약을 본 새로운 키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바로 현재 전성기를 맞이한 제약바이오 업계다. 제약바이오는 과거 과학자들과 주식 개미들 사이에서나 조금 알려졌을 뿐인 마이너 분야였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1조 이상의 연매출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현재 제약바이오의 성장이 ‘거품’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치료제 개발 소식을 부풀리며 반짝했던 제약사들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제약바이오 산업은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정부는 첨단전략산업에 바이오 분야를 추가하는 등 차세대 경제 성장 주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국내사가 옛날처럼 복제약만 만들어내는데 지나지 않았다면 정부는 물론,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이전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차세대 의약품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차근차근 선진국형 제약산업으로 체질 변환을 꾀하는 중이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오늘날 비로소 혁신 의약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이미 2015년 국내 바이오 벤처인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 즉 렉라자를 도입한 바 있다. 렉라자는 연매출 1조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거듭날 것으로 평가받는 신약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 시절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만들어냈다. 스카이코비원은 개발에 착수한지 2년만에 개발한 것이다. 정부 지원 한푼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유한양행은 매출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비용을 꾸준히 투자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위탁생산으로 돈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체 백신 개발에 집중해 결국 국내 의료 주권에 기여하게 됐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시절 반짝하는데 그치지않고, 향후에도 수영처럼 국가에 기여하는 '효자종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굴지의 의약품 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수익산업에만 매진하지 않고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 최초로 2년 연속 신약을 개발해내는 쾌거를 거뒀다. 이들의 상승세는 아직 복제약 생산에 머물고 있는 다른 제약사들에게 각성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의약품 생산기지에 지나지 않았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업계의 노력에 힘입어 미래에는 미국, 유럽, 일본에 버금가는 제약강국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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