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EU도 신중 기하는 'ESG 공시 의무화'…기업 부담 줄일 묘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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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EU도 신중 기하는 'ESG 공시 의무화'…기업 부담 줄일 묘수는?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10.1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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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 1년 연기, 발등 불 껐지만 유예 기간 도입 필요"
美·日, 재계 반발·IFRS 도입 당시 혼란 감안 도입 시기 미정
금융 당국이 ESG 공시 제도 도입을 1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관련 기업들은 처벌 면제 기간을 두는 등의 조치 역시 따라야 한다고 토로하고 았다. 사진=삼정KPMG 제공
금융 당국이 ESG 공시 제도 도입을 1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관련 기업들은 처벌 면제 기간을 두는 등의 조치 역시 따라야 한다고 토로하고 았다. 사진=삼정KPMG 제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금융 당국이 코스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공시를 2026년으로 미룰 방침을 내놨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에서도 ESG 공시 관련 제도 도입에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당국이 기업 입장에서 정책 입안을 살펴보고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ESG 금융 추진단 3차 회의를 대최해 'ESG 의무 공시 연기'와 관련한 정책 방향에 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민관 합동 ESG 정책 협의회는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의 최종안을 내달 공개한다.

해당 로드맵은 기업의 ESG 관련 정보를 재무제표에 준하는 수준으로 공개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격 시행 시 기업들은 온실 가스 배출량이나 감축 계획과 같은 비 재무적 요소를 알려야 할 의무를 지게 되고, 허위 공시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된다.

당초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부터 자산 총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화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계 반발에 1년 늦춘 2026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공시 도입을 우려하는 이유는 현 시점에서 탄소 배출 저감 의무를 준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 인권에 대한 부담 역시 크게 느끼는 중소·중견 기업들 중심으로는 한숨 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이들은 공시 의무화가 1년 미뤄져 당장 발등의 불은 끈 상태이지만 계도나 책임을 면제해줄 2~3년 간의 처벌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팀이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8%는 ESG 공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90.6%는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공시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업종별 ESG 공시 세부 지침·가이드 라인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ESG 공시에 투자에는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이 50.9%로 가장 많았고, 2억원 이상도 28.3%으로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재 ESG 자율 공시를 실행 중인 기업은 53.0%였고, 준비 중인 기업은 26.0%, 해당하지 않은 경우는 21.0%로 집계됐다.

한편 외국에서도 ESG 공시 관련 제도가 자리잡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는 2025년 시행을 목표로 ESG 공시 규칙을 지난해 말 확정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재계의 반발로 지난 4월에 이어 이번달로 두 차례나 연기했다. 따라서 2025년에도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럽 재무 보고 자문 그룹(EFRAG)에 의뢰해 밸류 체인 관련 공시를 3년 간 유예하고, 임금·교육·양성 평등·단체 협약·사회적 보호에 대한 공시 역시 최대 3년간 미루는 수정안을 내놨다.

일본 역시 ESG 공시 제도 도입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국제 회계 기준(IFRS)을 도입할 당시 재계가 대혼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해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외국의 사례를 검토한 다음 2025년 3월 경 로드맵을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ESG 공시는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또한 어느 사이버 공간에 관련 자료를 공표해야 할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해외 자회사를 둔 기업들의 경우 연결 공시를 해야 하는 등 제도 자체가 굉장히 복잡다단하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제출 의무를 진 해당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 공시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며 “이의 정확성을 확인해주는 기관이 부족해 시기상 이르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상장 기업들이 제출한 ESG 공시 자료 검증을 공인회계사회에 의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는 재무 공시가 아닌 만큼 방법론 차원에서 그들에게 맡기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며 "외국에서 도입하고 싶어해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EU도 역내 국가들의 경기가 침체된 탓에 당초 ESG 계획에서 틀어졌다"며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ESG 공시와 같은 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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