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생에너지 예산, 삭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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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생에너지 예산, 삭감할 때가 아니다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10.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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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재생에너지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 발전 시장의 96%에서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보다 저렴해졌다. 한국은 그렇지 않은 4%의 국가 중 하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지난해 4950억 달러(한화 약 667조원) 수준이었던 재생에너지 투자는 오는 2030년이면 최대 276%(1조8640억달러, 약 2500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RE100이 대표적이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재생에너지 전기) 100%’의 약자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최종 법제화했다. EU는 최종 에너지 소비를 기준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42.5% 이상으로 설정했다. 기존 목표 32%보다 10%포인트 이상 상향된 값이다.

한국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우선 구매하도록 가격을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 예산이 크게 줄었다. 올해보다 약 4000억원 줄어든 약 6000억원이다. 지난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했던 2022년도 예산 약 1조 2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발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29%다. 국제기준에 맞춘다면, 신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는 7.15%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5%다. 석탄(34.3%), 가스(29.2%), 원자력(27.4%)의 반도 안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석 연료의 공급은 불안정해졌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그간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인·허가 등 정부의 정책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8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의 10곳 중 3곳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역시 수출 과정에서 기존에는 없던 조건이 추가되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함과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은 더 이상 입증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최근 정쟁의 도구로 소모되고 있다. 정쟁을 그만두고 현실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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