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감, '건설사 망신주기' 프레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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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감, '건설사 망신주기' 프레임 극복해야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10.1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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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1년에 한 번뿐인 국정감사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건설기업의 최고 경영자와 임원들이 줄줄이 호명됐다. 올해는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을지언정 속 시원한 한방과 그에 따른 강렬한 반향을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듯하다. 

건설업계는 유독 사건사고가 잦았다. 잊을만하면 아파트 부대 시설 및 외벽이 붕괴하고,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통계 건수는 분기마다 불어났다. 건설기업의 안전 및 품질 관리 역량이 곧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권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국민이 체감하기엔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감사가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말에는 당장 기업 대표의 위신을 사수해야 하는 기업 담당자들의 속앓이가 담겨 있다. 하지만 똑같은 비판이 매년 빛을 잃지 않는 까닭은 기업 담당자의 뛰어난 수완 때문이 아니다. 국감의 고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올해 건설기업인들의 증인 출석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신청 이유를 들어보면 중요하지 않은 안건이 없다. 건설현장의 붕괴사고와 사망사고,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는 불공정 하도급이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이는 매해 반복해서 국감에 오르내렸던 사안이라는 점이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행정부와 소관 기관들을 감시하는 자리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에게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그것을 이슈화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보여주기식, 일회성이라는 진단이 따라붙을 경우 감사 본연의 역할까지 흔들릴 따름이다. 

이번 국감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자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큰 무대다. 

그 무대 한구석에는 건설업계의 안전 및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이 쌓여 있다. △특정 명수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록 말소를 의무화하는 법안 △불법 하도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발주자 및 원도급자까지 처벌하는 법안 △적정임금을 보장해 직접시공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법안 △직접지급제를 도입해 불법 하도급을 방지하는 법안 등 여야를 골고루 살펴봐도 지향하는 방향은 같다. 

부실시공 및 중대재해의 가장 큰 원인이 불법·불공정 하도급에 있다고 보고 이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발의된 법안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주택법·건축법 등 다방면으로 10여건 이상 발의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안이 때로는 수개월 때로는 해를 넘기며 국회 소관소위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당장 국감에서 붕괴사고와 중대재해 이슈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과는 온도가 사뭇 다르다. 여야 의원 모두 재발 방지 및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정책 수립은 수수방관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국회가 한철 이슈화를 위한 무대라는 비판은 오래된 수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경중을 가릴 수 없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국감에서 기업 대표에게 각을 세운 날카로움이 이번만은 일회성 정치 행사에 그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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