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제는 ‘부자증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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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제는 ‘부자증세’가 아니다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3.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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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부자증세’는 없다고 강조해온 정부의 기본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첫 ‘부자증세’를 시도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진정한 의미에서 ‘부자증세’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여전히 재벌·대기업 등의 ‘슈퍼리치’가 아닌 개인사업자나 월급생활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수확보에 더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정부의 법안 제출 행보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부자증세’와는 명백히 방향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는 가업상속재산 소득 공제율을 현행 70%에서 100%로 늘려주고, 공제대상도 ‘매출 2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유승우 새누리당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 역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명목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최근 며칠동안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에서는 언론이 이번 소득세 과표구간 인하를 ‘부자증세’로 명명한데 대한 불만 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3억 구간을 낮출 것이 아니라 5억 구간이나 10억 구간 등을 추가 신설하고 고소득자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조세정의를 실천하고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증세법이라는 한 네티즌의 주장에는 1000건이 넘는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자’의 기준을 무엇으로 둘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증세가 단순히 ‘부자증세’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국내의 경우 재원 조달에 급급해 증세안이 졸속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증세에 대한 사회적 효과를 논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단순히 세수확보를 위한 증세 정책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철학을 담은 증세안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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