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계 ‘상저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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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업계 ‘상저하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10.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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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꺼져가던 ‘상저하고(上底下高)’의 희망이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산업의 ‘맏형’ 반도체가 꿈틀거리면서다.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격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4분기 마지막 반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범용 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51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일 연중 최저가 1.448달러를 찍은 뒤 한 달 사이 4.83%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읽힌다. 현물가격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가격이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기업의 대규모 체결 거래 가격이다.

올해 들어 국내 산업계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등 수요 회복을 누르는 불확실성 요인들도 반도체, 석유화학 등 경기 민감 산업들이 곤두박질치면서다. 이런 반도체, 석유화학은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 산업이다.

이에 상반기는 어려워도 하반기는 살아날 것이란 희망은 점점 옅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3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분기에도 반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업계도 3분기 석유화학 제품 수요 부진으로 실적 반등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4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현물가격 반등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 것이다. 앞서 지난달 고정거래가격도 하락세는 멈췄다. D램익스체인지가에 따르면 'DDR4 8Gb' 제품의 지난달(9월)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전달(8월)과 같은 1.30달러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가 반등세로 돌아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은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가운데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삼성전자 지난 2분기 R&D 투자는 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2500억원보다 15.2%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시설 투자는 1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조3000억원보다 18% 증가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도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승부수다. SK하이닉스는 1조6949억원 회사채, 2조2377억원 교환사채(EB) 발행과 1조1000억원 수처리센터 매각으로 투자금을 확보했다.

2023년 하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4분기가 남았다.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굴하지 않은 투자의 결실이 내년이 아닌 올해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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