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PR제도와 폐기물 선별장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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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PR제도와 폐기물 선별장의 책임감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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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최근 폐기물을 놓고 벌어진 환경기초시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갈등이 점차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환경기초시설업계가 꾸준히 시멘트사를 향한 생존권 보장을 외친 결과, 환경부가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 업계의 충돌은 시멘트사의 폐기물 사용에서 비롯됐다. 시멘트사는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활용해 주요 연료(유연탄) 부담을 줄였다. 돈을 주고 구매하는 유연탄과 달리 폐기물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시멘트사 입장에서는 고정비 감축뿐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까지 확보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환경기초시설업계를 붕괴시키는 행위로 번졌다. 시멘트사의 무분별한 폐기물 확보로 기존 업체들이 다뤄야 할 폐기물까지 모두 시멘트 공장에 유입됐다. 결국 환경기초시설업계는 힘을 모아 생존대책위원회(생대위)를 구축했고, 시멘트사의 폐기물 ‘싹쓸이’로 위기라는 현실을 세간에 알렸다. 

생대위 설립 이후 시멘트사를 향한 지적과 비판이 이어졌다. 단순히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기존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환경부는 20일 환경기초시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협상테이블을 마련했고, 양 측의 갈등 해소에 한 발 다가섰다. 

시멘트사의 행위는 지적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시멘트사뿐 아니라 추가적으로 지적해야 할 업종이 존재한다. 바로 폐기물 선별장이다. 폐기물을 선별하는 사업장에서 확실한 분류를 거치지 않고, 다음 처리단계(소각 등) 업체에 물건을 넘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멘트사는 파쇄업체를 거친 이후 t당 6~7만원을 받고 폐기물을 소각한다. 기존 열분해업계는 t당 17만원 수준으로 폐기물을 처리했다. 시멘트사의 최대 매입 금액인 7만원을 기준으로 잡아도 열분해업계의 처리단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폐기물을 분류하지 않고 소각하는 시멘트사에 넘기는 현상은 환경 전공자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관련 업자들은 폐기물 처리 단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할 항목에 ‘재사용’을 둔다. 이후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은 열분해 및 고형연료로 넘어가고, 소각 단계에 돌입한다. 가장 마지막에 선택하는 방법을 매립이라고 강조한다. 

환경기초시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선별장에서는 재활용이나 열분해 단계로 볼 수 있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까지 다음 처리 단계로 넘기고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무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EPR 제도는 제품 생산자가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의무를 부여받는 제도다. 제품 생산자들은 재활용하기 위한 기금을 제조단계에서부터 지불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도 EPR 제도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 세금이 포함된다. 단순히 시장논리에 따라 선별업체에 맡기지 않고, 환경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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