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식 19일차' 이재명, 결국 병원행…정부·여당의 출구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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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식 19일차' 이재명, 결국 병원행…정부·여당의 출구 전략은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3.09.1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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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염재인 기자
정경부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국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지난달 31일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 등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간 지 19일째 만이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병원행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병원에 실려 가기 전날인 17일 의료진이 즉시 단식을 중단, 입원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당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국회에 도착했지만, 이 대표의 완강한 의지에 단식은 계속됐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과 관련해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 여당은 사법 리스크에 대한 출구 전략, 즉 방탄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에서는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대한 출구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단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간 사례를 봤을 때 정치권에서 단식 투쟁의 의미는 말 그대도 협치로 나아가는 '출구 전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때가 대표적이다. 어느 한쪽이 어떤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곡기를 끊고 시위에 나서면 다른 한쪽이 손을 내밀었다.

일례로 1990년 10월 당시 김대중(DJ) 평화민주당 총재가 지방자치제 도입을 걸고 사흘째 단식 중이었으나, 김영삼(YS) 민주자유당 대표최고위원이 당사를 전격 방문, 단식을 만류했다. YS는 이에 그치지 않고 DJ가 단식 8일차에 건강 악화로 입원하자 병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숨은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목숨을 건 투쟁 자체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서로 죽기 살기로 물어뜯다가도 누군가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두면 상대 당이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현실은 어떠한가. 여야 간 대립을 이어간 끝에 제1야당이 단식 투쟁에 들어갔지만, 정부·여당 인사 중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권유하러 온 인사는 없었다. 오히려 여당 대표는 방문 계획을 기자들 질문에 "(이 대표가) 단식하고 계신가요"라고 반문하며 외면했다. 여기에 '땡깡 단식' 발언 등으로 이 대표의 단식을 폄하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이 대표의 단식을 조롱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에 손을 내민다는 것은 상대 당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정치권 갈등에 '협치'에 다가가기 위한 일말의 희망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국민 앞에서 여당이 야당에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집권 여당의 '출구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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