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늦더위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진땀빼는 ‘홈쇼핑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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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늦더위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진땀빼는 ‘홈쇼핑업계’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9.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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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올해는 가히 역대급 더위였다. 푹푹 찌는 더위에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들녘이 서서히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이제는 늦더위 마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홈쇼핑업계는 시원한 날씨를 맞이하지 못하고 여전히 진땀·비지땀·식은땀·구슬땀 등 온갖 땀을 흘리고 있다.

열이 차오르다 못해 결국 사태가 터졌다.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이 송출수수료 부담이 가중되자 케이블티비사업자에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다른 홈쇼핑 기업에서도 방송 중단에 동참하게 되면, 사태의 파장은 도미노처럼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해묵은 갈등요인인 송출수수료는 일종의 ‘채널 자릿세’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8% 가량 올라 지난해 기준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은 65.7%에 이른다. 올 상반기 주요 홈쇼핑기업 4개사(CJ·롯데·GS·현대) 영업이익 총합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량 급감해 1269억원 기록한 반면, 송출수수료 매년 치솟고 있는 것이다.

업황이 지속 악화하자 홈쇼핑업계는 송출 수수료 낮추자는 입장, 유료방송 사업자는 현상유지 내지 인상을 주장해왔다. 정부에서도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초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법적 강제력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최근 유통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을 통해 물가안정이라는 단기적 효과를 냈는데, 송출수수료 같은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홈쇼핑업계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TV홈쇼핑협회장에 이상록 전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대변인이 취임하게 된 것이다. 이 신임 협회장의 이력을 보면 동아일보 등 기자생활을 경험하고 PD로도 활동했지만, 홈쇼핑에 관련한 이력은 없다. 별도의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가 있는 만큼, 이를 십분 활용해 홈쇼핑협회의 공동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발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홈쇼핑업계가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앞으로 일이 순로롭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자수는 계속 감소해 안정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유명 쇼호스트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실추된 업계 이미지 회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류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불며 K패션, K뷰티, K푸드 등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업계도 위기의 파고를 극복해 K-홈쇼핑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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