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갑질에 기업 규모 따로 없네”… ‘우월적 지위’ 남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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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갑질에 기업 규모 따로 없네”… ‘우월적 지위’ 남용 막아야
  • 이용 기자
  • 승인 2023.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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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체-유료방송사, 서로에게 ‘갑질 행위’ 공방
쿠팡 “CJ올리브영이 자사 납품업체에 갑질” 공정위 신고
대기업 갈등 중 피해 입은 납품업체 구제 필요
쿠팡은 최근 CJ올리브영이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일부 업체에 갑질을 했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갑질’로 인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과 유료 방송사들은 홈쇼핑 방송 송출에 대한 수수료(일명 송출 수수료) 문제를 놓고 서로에게 ‘갑질 행위’라고 지적하며 공방에 나섰다.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다음 달 말,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오는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논란의 중심은 송출수수료다. 현재 부진을 면치 못하는 홈쇼핑업계는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토로해 왔던 만큼, 향후 홈쇼핑 업계에 연쇄 송출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최근 홈쇼핑 업황이 악화됐지만 그 동안 송출 수수료가 상승함에 따라 결국 송출중단 사태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1조4304억원 규모였단 2018년 대비 33.3%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2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채널 및 티커머스 5개 채널이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조4148억원이다. 동기간 방송 사업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65.7%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텔레비전의 시청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홈쇼핑 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31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 92.8% 감소한 수치다. 실적 부진 요인으로 TV영향력 악화, 송출 수수료 부담 가중, 새벽방송 중단 등이 거론된다.

현대홈쇼핑의 매출액은 2648억원,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5%, 70.3% 하락했다. CJ온스타일은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떨어진 3161억원을 보였으나, 동기간 영업이익은 35.8% 신장한 175억원을 기록했다. GS샵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낮아진 2901억원을 드러냈지만, 영업이익은 316억원은 22% 증가했다.

한편 케이블업계는 해당 홈쇼핑들의 송출 중단 통지는 일방적인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홈쇼핑 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 산하 계열사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진입조차 힘든 홈쇼핑 업체를 운영하며 고객 돈을 쓸어 담았던 대기업들이 이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방송사들이 받아야 할 돈을 깎으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 CJ와 쿠팡의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쿠팡은 최근 CJ올리브영이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일부 업체에 갑질을 했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은 지난 7월 “CJ올리브영은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쿠팡이 화장품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또 쿠팡에 납품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 납품업자에게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또한 갑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은 쿠팡이 경쟁 온라인몰 업체의 납품 가격을 인상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거래를 끊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 사안을 쿠팡의 경영 간섭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기업 유통사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간 이권 다툼은 대개 과징금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때 피해를 입은 납품업체에 대한 보상은 별로 없다”며 “대기업들은 소송이라도 할 수 있지, 변호사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을’은 꼼짝없이 ‘갑’이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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