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257일의 기다림, 이스타항공에 거는 재도약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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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257일의 기다림, 이스타항공에 거는 재도약 기대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9.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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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박규빈 기자
산업부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하늘에 빛나는 찬란한 별빛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며 지평선 저 너머 동방의 별이 주님께 우리를 인도하네."(가톨릭 성가 100번 '동방의 별' 中)

성경 속 동방박사 세 사람이 따라간 별은 탄생의 상징이다. 이 같은 의미에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동양 항공업계의 별이 되겠다는 포부 속에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23일, 마침내 세상의 빛을 봤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타 저비용 항공사(LCC)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샛별과도 같던 이스타항공은 한때 최대 23대의 여객기로 50개 노선에 좌석을 공급했다.

그러나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의 횡령과 배임, 보잉 737 맥스(MAX)의 설계 결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19까지 3단 콤보를 연이어 얻어맞은 이스타항공은 2020년 3월 25일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고, 보유 항공기 상당수를 반납하며 공중 분해 직전까지 내몰렸다.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충남의 부동산 업체 '성정'으로의 매각이 이뤄져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는가 했더니 '스타 장관' 욕심이 컸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농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겨우내 새 주인인 VIG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고도 이스타항공이 지금 이 순간까지 건재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 항공업계 역사상 유례 없는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낸 임직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늘을 날던 조종사들은 대리 운전 기사가 되거나 물류 창고·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몸져 누운 경우가 상당했고, 한 객실 승무원은 유서를 남기는 등 구성원들 모두가 무급으로 버티며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 경영 차원에서 605명에 대한 '눈물의 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대로 해직자들을 재고용해 현업에 배치했고, 1257일만에 김포-대만 쑹산을 필두로 국제선 재운항을 알렸다.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봐온 출입기자로서 짠해지는 순간이다.

코로나19가 말끔히 걷힌 현재, 국내 항공 여객 운송 시장에는 참여자들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여러 모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형국이다.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는 "올해 안으로 기재를 10대까지 늘리고 매출 146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2024년에는 흑자 전환, 2027년에는 20대 이상의 기재를 갖춰 매출 80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며 재기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런 만큼 오뚝이처럼 일어난 이스타항공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동방의 별'처럼 다시금 빛나길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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