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파트 철근, '당연한 것'에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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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파트 철근, '당연한 것'에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3.09.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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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철근 누락’ 사태 이후 아파트를 홍보하며 ‘철근 있는 아파트’임을 강조하는 홍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여럿 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현수막의 하단에는 ‘뼈있는 아파트’, ‘철근 있어요’ 등과 같은 해시태그가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해당 현수막이 걸린 아파트는 이달 입주하는 경기 평택 고덕동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로 LH가 지은 신혼희망타운 단지다. 해당 단지는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 ‘철근 누락 없는 아파트’가 하나의 프리미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교통부가 붕괴된 아파트와 같이 지하주차장을 무량판구조로 지은 LH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91곳 중 20곳에서 철근이 빠져 있었다.

당초 LH는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단지 15곳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 11일에는 목록에서 제외된 단지 5곳이 추가로 발표되기도 했다. 제외 이유는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는 것으로 이에 축소발표 논란이 추가로 일기도 했다.

심지어 현재 공정률 93%인 경기 양주회천 A15 행복주택은 154개 기둥 전부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LH는 입주예정자에게 계약 해지 위약금을 면제해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충남 공주월송 A4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무량판 기둥 345개 중 154개에서 전단보강 철근이 누락돼 있었으며 아산탕정2 A14 아파트에선 무량판 기둥 362개 중 88개의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는 모두 입주가 끝난 곳이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안전에 더욱 투자하며 향후 분양가가 더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자재값에 감리비까지 더 들어가며 비용도 오른다는 것이다. 수요자들은 “애초에 철근 다 넣었다고 생각하고 그 가격 준 것”이라며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헌법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나라에서 내 집조차 불안해야 하는 상황이 와버렸다. 내 집에 당연히 들어있을 줄 알았던 철근에 웃돈을 더 줘야 하는 것이 현실로 돼버렸다. 아무리 비정상이 일상화 됐다지만 정상적인 것에 프리미엄이 붙는 다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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