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이 출산 장려책 적극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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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업이 출산 장려책 적극 도입해야
  • 최동훈 기자
  • 승인 2023.09.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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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최근 회사에 도입된 출산장려제도에 결혼, 육아에 대한 동기가 조금이나마 더 생기는 것 같아요.”(제조업체 30대 초반 A대리)

“우리 회사엔 그런 출산장려책이 도입되진 않았습니다만, 그런 복지 지원은 기업보다 정부가 할 일이죠.”(지주사 40대 초반 B차장)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한 지난 2분기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재차 기록했다. 출산율은 평생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평균 인원 수를 뜻한다. 1명 미만으로 줄어들수록 아예 출산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숫자를 보고 있자니, 얼마 전 만났던 30~40대 직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저출산 추세를 마주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였다. 한 쪽은 기업의 출산장려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른 한 쪽은 ‘기업이 저출산에 왜 나서야 하냐’는 식이었다. 둘 다 기업 활동을 좋게 알리는데 힘쓰는 홍보담당자라 각자 속한 기업을 옹호하려고 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모두 일리는 있다.

다만 최근 이뤄진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각자 다니는 회사의 정책 기조나 분위기에 따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최근 국내 15~59세 2300명에게 직장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설문한 결과(중복응답) ‘연차의 자유로운 사용’(70.8%), ‘출산 후 복귀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56.9%), ‘출산장려 분위기’(46.4%) 등을 많이 언급했다. 출산에 관한 우호적 여건이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좌우했다.

회사에 만족하며 다니는 사람들은 결혼, 출산을 더욱 긍정적으로 고려하기도 했다. 연구원 설문에서 ‘결혼,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에서 각각 68.4%, 60.2%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직장인들의 결혼, 출산 여부에 기업의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출산, 육아 관련 제도를 갖춘 대기업에 다니는 과장 C씨는 임신 사실을 알리며 “사내 제도를 적극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C씨와 달리 아이를 가질 의향이 있지만 선뜻 임신을 시도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경제력 부족, 경력단절을 걱정거리로 꼽았다. 아이가 없다가 생기거나 하나둘 늘어날 때 기존 거주지나 소비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실행하기 쉽지 않다. 부부 둘 중 한쪽이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면 나중에 이어가기도 어렵다.

기업의 출산 장려책은 직장인들에게 출산·육아와 일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삶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거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한 가구에 돌아가는 혜택은 정작 와 닿지 않는 정부 정책과 견줘 직장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의 출산장려책은 국가 또는 조직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점에서 같은 결을 보이지만 감상은 다르다. 정부가 출산 장려책의 목적으로 경제활동인구 확충을 내걸면 ‘일꾼 양산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반발심이 든다.

사실 기업 출산장려책의 목적도 정부 정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내 제도는 구성원으로서 ‘케어’받는 기분을 유발하는 게 사실이다. 돌아서면 남인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없는 타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다수가 만족할 만한 직장을 만드는 것은 기업의 별도 과제다.

인재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정도가 과거에 비해 더욱 심화한 시대다. 기업들이 인재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출산·육아 제도에 대한 직장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데도 힘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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