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명퇴도우미’ 양산될 동안 교육부 뭘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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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명퇴도우미’ 양산될 동안 교육부 뭘 했나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3.08.31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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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미국에서는 ‘헬리콥터 페어런츠’, 일본에서는 ‘몬스터 페어런츠’, 한국 교사들 사이에는 ‘명퇴도우미’라고 불린다.

바로 극성 학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교직 이탈 의도와 명예퇴직자 증감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초·중·고교 교사 중 명예퇴직을 한 교사는 879명이었는데 2021년 6594명으로 16년 새 7.5배 늘었다. 명예퇴직한 교사는 2014년 8132명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에서 2017년까지 4000∼5000명대에 머무르다가 2018년 6268명으로 뛰어오른 뒤 6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등 극성 학부모로부터 시달리는 교사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9월 4일에는 숨진 해당 교사의 49재 날을 맞아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를 내자고 우회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9월 4일 집단행동은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에 집회 운영팀이 집회를 취소하고 전격 해산했다. 다만 다른 교사가 자신이 집회 준비를 맡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집회 지지 의견도 만만치 않아서 집회가 어떤 식으로든 열릴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태다.

교육부가 이렇게 강경 대응하기 이전에 교사들이 극성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부당한 처우를 당할 동안, 심지어 교사가 자살하는 동안 뭘 했나 묻고 싶다. 이제 와서 극성 학부모와 교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겠다고 하느니 등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고루한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다만 교사는 미숙한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는 ‘성직’이라는 점에서 존중받아야 될 직업이라고 불린다.

학부모에게 말하고 싶다. 교사를 최소한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자. 본인이 교사라면 퇴근 후 학부모에게 문자, 전화 등으로 시달린다면 달가울까. 본인이 당했을 때 싫으면 상대방한테도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것만 지켜도 이러한 비극은 훨씬 줄어들지 않겠는가.

물론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개인의 도덕, 인격에 항상 기댈 수 없는 노릇이고, 세상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 학부모를 대비해 교육당국이 피해 교사를 위해 법적 대항력 등 다양한 대응책을 제공해야 한다.

어렸을 적 내 어머니는 본인 아들이 교사가 되길 바랐다. 기자가 된 지금 이런 교육현실을 보면서 교사가 안 된 것이, 못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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