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 수호 전사'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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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유 수호 전사' 윤석열 대통령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8.2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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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때아닌 공산주의의 망령이 갑자기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관에 들어간 줄 알았던 망령을 불러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전사를 자처하면서 잊힌 듯했던 '이념전'이 2023년 이 여름의 끝 무렵에 펼쳐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9혁명 기념사에서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고 운을 띄운 뒤, 급기야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9는 이승만 독재 정권에 항거한 혁명이라는 점과 광복절은 36년 일본 제국주의 압제로부터 민족의 독립을 쟁취한 날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국민 통합과 미래 대신 ‘공산당 척결’이라는 해묵은 프로파간다를 꺼내 들며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기를 한 셈이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 대결적 인식은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소련 공산당 활동'을 이유로 철거하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으로 노골화됐다. 모두 자유 대한민국의 순결성과 정통성에 흠집을 내는 것들로 보고 아예 없애거나 최소한 눈앞에서 치워야겠다는 역사 수정 작업이 벌어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너무 어색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익숙해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문제는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애타게 찾는 자유가 도대체 무슨 자유인지 아직도 그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근대 서구를 이끌어 온 정치‧사회적 이념으로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유주의자 시인 김수영이 일찍이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쓰며 국가 공권력의 개인의 자유 침해를 질타한 바 있다. 이때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자유주의자 김수영은 '공산전체주의 맹종 세력'으로 묶여 윤 대통령의 맹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보면서 지난 이명박 정부 국방부에서 북한찬양, 반자본주의, 반미를 이유로 23권의 '불온서적'을 지정했던 일이 생각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이유로 자유를 탄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정말 이 정부는 'MB 시즌2'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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