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상반기 선방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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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상반기 선방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8.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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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곡물협정 중단‧정부압박에 히트플레이션 우려까지 변수多
돌파구는 해외…현지 생산 시설 증설 및 영업망 확대 등 총력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요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 해외 선전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업계 및 증권가에선 하반기 실적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다. 정부 압박과 더불어 가격 인하 변수가 존재하는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폭염과 가뭄 등 이상 기후가 전 세계 경작지를 덮쳐 식료품발 ‘히트플레이션’ 우려도 팽배하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도 복병으로 꼽힌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해외 판로 확대 등을 통해 하반기 리스크 방어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 해외사업 선전 등을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근심은 되레 깊어졌다.

29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다양한 대내외 변수가 식품업계 하반기 실적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반기 매출 및 영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는 기저효과 영향이 컸고, 정부 압박에 의한 가격 인하 리스크가 존재한단 분석이다. 흑해곡물협정 중단,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제한, 이상기후로 식자재 물가가 폭등하는 ‘히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도 팽배하다.

러시아는 최근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후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을 철회하고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의 주요 수출국으로,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한 뒤 식량 가격이 10% 뛰어올랐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도 복병으로 꼽힌다. 대국민 불안 심리와 선동성 가짜 뉴스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수산물 상품 판매량이 감소하거나 전반적인 소비심리 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각양각색 강구책을 내세우며 하반기 실적 방어에 나섰다. 특히 최근 정부의 압박으로 제품 가격 줄인하를 이어온 식품업계에게 비교적 규제‧여론 등에서 자유로운 해외 사업은 활로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식음료 및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현지 공장을 증설하고,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는 등 해외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한류열풍으로 K-마케팅에 힘이 실린 만큼 수출 비중과 역량을 키울 적기란 평이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미국 매장 출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까지 매해 약5~6개의 출점에서 2021년부터는 연간 10개 이상을 오픈해왔다. 가맹점 비중도 90% 이상으로 지난해 미국 내 뚜레쥬르 점포당 하루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상승했고, 2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가맹점 수도 절반에 달한다. 하반기 미국 공장 착공 등 북미지역을 비롯한 아시아 등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번 100호점 오픈에 이어 연내 120호점까지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1000개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체리, 라즈베리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로 현지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러시아 법인은 초코파이 품목 다변화와 비스킷 등 신규 카테고리 확장에 성공하며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112.3%, 59.2% 씩 신장했다. 현재 파이 생산라인 증설을 준비하고 있으며, 젤리도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농심은 미국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섬에 따라, 해외사업에 힘을 준다. 2030년까지 매출 15억달러와 함께 미국 라면시장 1위 역전을 이뤄내겠다는 구체적 목표치도 제시했다. 지난해 농심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37%로,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이 6대 4까지 올라왔다. 향후 해외 사업 호조세에 따라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양식품그룹은 ‘삼양라운드스퀘어’로 사명을 바꾸며, 글로벌 인지도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강 드라이브를 건다. 지난달엔 해외전용 건면브랜드 탱글을 론칭했다. 해외를 타겟으로 밀양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첫번째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다. 미국, 캐나다 등 미주 지역 판매를 위해 초도 물량 선적이 완료됐으며, 추후 유럽, 오세아니아, 중동, 아시아 등으로 판매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이상기후 등 다양한 변수로 각종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했지만, 정부의 시장개입과 고물가 여론으로 공급가격 조정을 통한 리스크 상쇄는 더 이상 어려워졌다”며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실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기대, 해외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데 전사적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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