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문예출판사가 ‘사랑의 기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20세기 대표 지성 에리히 프롬의 <희망의 혁명>을 새롭게 펴냈다.
신간<희망의 혁명>은 정치인 유진 매카시(Eugene Joseph McCarthy)의 윤리적 정치관과 반전(反戰) 세계관에 적극 동의한 에리히 프롬이 1968년 적어둔 긴 메모를 토대로 탄생한 책이다.
프롬이 꿈꾸는 인류의 미래는 물론 후자다. 프롬은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알리고,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가 "희망의 혁명"을 통해 강력히 권고하는 것은 아직도 많은 이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다. 프롬은 생명이 처한 위험을 온전히 인식할 때 사회 구조에 과감한 변화를 가져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믿었다.
2장에서 가장 압권인 부분은 마지막에 다룬 ‘산산이 부서진 희망’이다. 프롬은 왜 수많은 인간이 희망을 잃고 노예 같이 의존하는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 물으며, 이러한 상실의 가능성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역시 인간은 파괴적 폭력으로 좌절을 경험하면서 마음은 완고해지고, 절망하게 되지만 다시 희망을 키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프롬의 강력한 호소는 50여 년이 흘러 인간이 생활 전반에서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현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언노운: 킬러 로봇’(2023, 제시 스위트 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AI를 활용한 자율무기가 사용됐거나 사용이 고려됐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AI 군사 기술 전문가들은 AI 파일럿에게 전투기를 맡기면 압도적으로 이긴다며 AI 파일럿이 인간 파일럿을 대체하는 것이 기정사실이라 말한다.
인간은 인간을 파괴하는 살상과 전쟁에 AI 기술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그 생사여탈의 판단까지도 AI에 맡기려 하고 있다. 인류는 프롬이 우려했던 상황, 인간이 기계에 모든 주도권을 넘겨주고 의존하는 존재로 전락하는 완전 기계화 사회로 이미 들어선 것이다.
그렇기에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의 실마리를 ‘인간’에서 찾아야 한다는 에리히 프롬의 주장은 더욱 유의미하고 설득력이 있다. 프롬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는다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절망의 밑바닥에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불굴의 용기’와 굳건한 믿음을 독려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에게 <희망의 혁명>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점검하고, 인간과 기술이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 방향을 모색하는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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