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통계에 숨은 초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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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통계에 숨은 초양극화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08.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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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한국부동산원 주간동향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이 13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 5월4주(0.03%)로 반등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오름 폭을 키워가고 있다. 24일 발표되는 8월3주치도 무난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시장의 공급 상황부터 대출 규제 완화까지 모두 서울 집값 상승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민간 통계인 부동산R114의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7주 연속 보합세(0.00%)를 유지했다. 보고서에선 수도권 전역의 가격변동은 진정 국면이라는 보수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가격 회복 기대감은 수도권 전역으로 커지고 있지만, 매매가격 등락은 지역별 혼조세 양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공인 통계에서 반등이 먼저 나오고, 민간 시세가 이를 뒤따라간다. 지난 주택 호황기 때와는 딴판이다. 당시 민간 시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공인 통계는 요지부동을 보였다. 통계로 전체 흐름을 가늠하는 시장 관계자 및 수요자에겐 자연스레 물음표가 쳐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초양극화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부동산원과 부동산R114는 표본 조사 대상에서 차이가 난다. 전(全) 국토를 조사대상으로 삼는 부동산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 조사를 전개한다. 반면 부동산R114는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하되, 더 넓은 영역의 단지들까지 포함해 시세를 집계한다.

지금처럼 똘똘한 한 채 경향이 심화되는 상황에선 부동산원의 시세 반등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집값이 가장 요동치고 있는 송파를 보면 부동산원(0.31%)과 민간 통계(0.01%)의 격차가 뚜렷하다. 같은 송파에서도 대장주와 변두리 나홀로 아파트의 격차가 컸던 것으로 읽힌다. 한쪽 통계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초양극화의 일면이다.

실거주 및 자금조달, 대출 및 세금 규제가 일거에 해소됐다. 수요자들은 주택 수를 늘리기보다 더 살기 좋고, 더 미래 가치가 높은 곳으로 갈아타기를 감행하는 중이다. 내년 시장에 대한 전망은 먹구름 속에 있지만 양극화 경향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게 불보듯 뻔하다.

수도권 실수요자들은 "시장 침체가 맞나, 곧 고점을 경신하는 것 아니냐"며 초조해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아예 분양을 개시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포착된다. 재정을 투입하고 세수를 포기한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은 분명 통했다. 다만 그 부양의 혜택이 점점 더 일부 소수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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