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내 ETF 시장의 성장과 자산배분 도구로서의 ETF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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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내 ETF 시장의 성장과 자산배분 도구로서의 ETF 가치
  • 진태규 유안타증권 랩운용팀 운용역
  • 승인 2023.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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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타증권 랩운용팀 진태규 운용역
진태규 유안타증권 랩운용팀 운용역

지난 6월 말, 한국거래소는 상장지수펀드(이하 ETF)의 순자산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것을 자축하는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국내 ETF 순자산 규모 100조 원 돌파는 국내시장에 KODEX200 ETF가 처음 상장한 2002년 이후 21년만에 달성한 성과다. ETF 순자산 규모는 2022년 11월에 8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 78조 원으로 다소 줄었다가 올해만 21조 원 이상 급증하며 마침내 1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에 ETF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주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됐었다. 이후 2007년 하반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2009년 국내 시장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명 자본시장법이 공식 발효되면서 ETF의 기초자산 종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대표적인 ETF 상품은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와 같은 파생형 ETF다.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지수 일별 변동성의 2배 혹은 반대 수익을 추구하는 이들 상품이 직접투자로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니즈에 맞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파생형 ETF에 쏠림 현상이 컸던 나머지 섹터별 혹은 산업군별 자산배분을 위한 ETF는 소외되면서 전체 ETF 시장 규모는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잘못된 방향성 베팅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우리보다 역사가 길고 시장 규모가 큰 미국 ETF 시장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인 투자자나 대형 연금의 자산배분을 위한 도구로서 ETF의 활용이 높은 반면, 국내의 경우 단기 차익실현 목적의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전체 ETF 거래대금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고 있다.

그러나 최근 2-3년을 기점으로 ETF 시장에 변화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ETF 순자산액 100조 원 달성에 있어 국내 시장 대표형, 즉, 지수추종형 상품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업종섹터, 액티브, 해외형 등 다양한 ETF 상품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표적 신성장 섹터로 알려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로봇, 우주항공 등 신산업 관련 ETF가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고, 실제로 연초 이후 코스피나 코스닥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우월한 성과를 보인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집중되기 시작했다. 

액티브 ETF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사모펀드는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운용 내역이 투명하지 못한 반면, ETF는 운용 종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단순한 지수 추종을 원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관심 종목을 어느정도 편입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들 혹은 운용역들에게 훌륭한 펀드 대체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시장에서도 ETF의 활용성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종류의 ETF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국내에 상장된 글로벌 ETF로 해외 산업에 핀포인트(pin-point)로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짐에 따라 ETF 본연의 취지인 자산배분 도구로서의 가치는 한층 더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에 관심이 많지 않고 직접 투자가 어려운 개인투자자라도 ETF를 활용하는 것은 자산관리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수출의존형 경제구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불필요한 규제 등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장기 성과는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파생형 ETF에 국한된 트레이딩 전략에서 벗어나 업종테마, 액티브, 해외 ETF 등 자산배분 도구로서 ETF를 활용해 투자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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