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밀착', 신냉전 격화 우려…中 "피해 보는 건 한국과 일본"
상태바
한미일 '안보 밀착', 신냉전 격화 우려…中 "피해 보는 건 한국과 일본"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8.20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동맹' 수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합의
인·태 지역 '포괄적이고 다층적 협력체' 진화 가능성
블룸버그 "한국과 일본에 경제적 역풍 지켜봐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의 핵심은 3국 간 안보 밀착과 이를 제도화하는 데 있다. 회의에서 채택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 '공동의 이익 위협 상황 시 공동 대응' 원칙을 천명하고,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위협의 요체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명시한 점에서 사실상 북중러를 겨냥해 한미일 간 안보 협력 수준을 '준동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동시에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말착'의 결과로 불거질 중국의 반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부담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3국 정상은 이날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한 결과물은 총 3건의 문건으로, 안보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과 공동성명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3국 협력 원칙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등이다. 이를 종합하면 회의 결과는 공동의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공동으로 대응하고, 이를 위해 3국 정상과 외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안보 연례회동을 정례화, 제도화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는 틀이 마련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일본과의 군사 동맹에 대한 한국의 부담으로 일단은 한미일 안보협의체의 범위 안에서 동맹보다는 낮은 단계에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제도화되고 체계화되는 한미일 협력체에 (동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앞선 외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한국 및 일본과 양자 간 동맹 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공식적인 (한미일) 3국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 한미일 안보협력체 출범은 인·태 지역의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인도·일본·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와 미국·영국·호주의 동맹인 오커스 등과 함께 미국 인태 전략에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연 사전 브리핑에서 "3자 협력은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며 "오커스, 쿼드 등과 함께 역내외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강력한 협력체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국 정부는 이미 쿼드라는 안보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라며 "한미일 군사동맹 역시 이런 형태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나토 같은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아직 충분히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완성해 나가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일의 안보 밀착이 궁극적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겨냥하는 만큼 '한미일 vs 북중러' 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공동성명에서도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직접적으로 중국을 거론했다.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캠프 데이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한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관영통신 신화사는 20일 논평에서 "미국 주도로 3국은 '안보 수호'를 기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정학적 소집단을 만들고 지역의 전략적 안보를 해치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안보협력을 한다는 것은 양국의 안보를 도외시한 채 양국을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일 양국에 안전감을 주기는커녕 지역의 안보 위험을 높이고 긴장을 조성해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외신들도 일제히 중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 대상이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중국의 적의를 심화시킬 듯한 방위 합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미일이 '억제'라고 부르는 것을 중국은 포위나 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망하며,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회의가 신냉전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NYT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응한 중국의 한한령을 소개하며 중국이 경제적 수단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 채택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국을 최대 무역 파트너로 둔 일본과 한국에 경제적 역풍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에서 점차 밀려날 가능성 높다"며 "한미일 안보 관계에 발목이 잡혀 새로운 도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